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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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감탄부터 하게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름 그림을 좋아해 열심히 미술관을 찾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은 나름 열심히 보고 책을 통해 정보나 화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하여 보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그림을 볼 때는 이해하는 게 아직은 많이 미흡해 설명을 듣지 않으면 눈과 느낌으로 감상하며 좋거나 그냥저냥 하는 식으로 보게 된다. 자신만의 독특한 글을 쓰는 나카노 교코의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화가들의 최고의 걸작만을 엄선해 화가와 그림 안에 담겨진 작품에 대해 화가의 작품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어렵게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나카노는 미술품에 대한 일반적인 시대별 순서에 입각한 설명으로 그림을 풀어가는 것이 싫증이 난다며 시작부분에서 밝히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가가 그릴 수밖에 없는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 것들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총 3부로 나누어져 보티첼리부터 고흐까지를 통해 화가들이 남긴 걸작과 최후의 작품을 이야기한다.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화가다. 보티첼리의 그림은 미묘한 곡선과 감상적인 시정을 담으며 종교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기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단연코 압도적이다. 그는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수준 높은 귀족, 대상인을 상대로 그림을 그렸다. 나 역시도 작년에 아들과 이탈리아를 20일 여행하면서 피렌체에서 나흘 있었다. 그때 우피치 미술관에서 '비너스의 탄생', '프리마베라' 등을 보았다. 책으로만 보았을 때와는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뛰어난 그림을 많이 그린 보티첼리가 금욕적인 생활을 한 것은 물론이고 늦은 나이에 화풍을 완전히 바뀌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그림 속에 담겨진 3가지 의문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스 출신의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엘 그레코... 기괴하다고 느껴지는 색채를 사용하여 미친 사람으로 불리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던 화가인데 개성이 강해도 너무나 강한 화가란 생각이 든다. 여러 도시들을 떠도는 방랑화가인 그는 늦은 나이에 펠리페 2세 눈에 들었지만 겨우 화려한 화가의 길로 들어서는 듯 싶었지만 왕의 마음이 변하고 자신이 천재라고 굳게 믿었던 그의 그림이 낮은 평가를 받자 자존심이 상한다. 다행히 톨레도에서 재단화를 통해 부와 명성을 얻게 되며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말년에는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근대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 준다. 엘리코의 그림을 보면 불편함을 먼저 느끼게 되는데 20세기 근대 화가들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았으며 특히 피카소는 그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어 유명한 작품을 남겼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비제 르브룅은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의 화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그림을 시작했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표현을 저자가 쓸 정도로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다. 당시 상류사회가 좋아하는 초상화를 완벽하고 만족스럽게 그려낸다.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가 원하는 모습을 그림속에 담아내지만 역사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올 대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그린 그림으로 망명길에 오른다. 여성이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초상화 의뢰를 받으며 자신이 있고 싶은 나라, 도시에 머물다 장수하며 생을 마감한다. 18세기 보통의 여성들과는 확실히 다른 삶을 산 비제 르브룅... 그녀의 뛰어난 미모만큼 그림 솜씨 역시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림은 보았지만 화가 이름은 낯선 호가스... 그는 영국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작업은 모두 외국인 화가들의 맡았던 시기에 최초의 기사 칭호를 받으며 역사화가로 활약하지만 진짜 그가 빛을 보기 시작하는 것은 사회 밑바닥 인생을 사는 매춘부를 그리면서다.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낸 화가로 사회가 가진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그림 안에 담아낸다. 그가 가진 유머와 독설, 냉소가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작년에 파리 여행을 하면서 루브르 박물관보다 오르세 미술관이 더 좋았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을 여러작 볼 수 있어서다. 고흐의 드라마틱한 인생이야기야 워낙에 잘 알려져 있지만 아를에 화가촌을 구상한 고흐의 모습에 진저리가 난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떠난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예사롭지 않다. 고흐의 대표작들이 많지만 책에 담겨진 아를이 랑글루아 다리와 빨래하는 여인들의 그림은 예전에 어느 책에서 본 기억이 있지만 생각도 안 났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고흐의 파란색과 노란색의 절묘한 대비가 무척이나 따뜻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기회가 되면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박물관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고흐의 그림은 매력적이다. 



하나같이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간단하지만 화가의 생을 들여다보고 그림이 가진 이야기로 풀어가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그림들이 가깝고 쉽게 다가온다. 부와 명예를 누렸던 한 점의 그림 밖에 팔지 못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했든 최후의 그림을 통해 화가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 느껴지지만 그럼을 조금은 편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어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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