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아이 1
에리크 발뢰 지음, 고호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북유럽 미스터리 소설이 몇 년 사이에 급속하게 들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북유럽 작가들이 있다.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 스웨덴의 요나스 요나손 등을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무척이나 기쁜데 덴마크 작가하면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떠오르고 미스터리 작가는 누가 있지 생각해보다 신랄하고 극적인 미스터리 정치 범죄 소설 '일곱 번째 아이'로 데뷔한 에리크 발리의 작품을 만났다. 낯선 작가지만 덴마크 작가란 것도 흥미롭고 정치범죄 소설이 어떤 내용일지 호기심을 자극해 궁금한 책이다.


스토리는 2001년 9월의 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우연히 운명같은 소용돌이 휩싸이는 커다란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 해변에서 발견된 한 여인 경우가 그러하다. 두개골이 깨져 발견된 여인은 잠시 잠깐 신문 1면에 오르지만 곧 사라진다. 시간이 흘러 이 미해결 사건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석연치 않은 물건이 여자와 함께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근처에서는 볼 수 없는 보리스나무가지... 사건에 의문을 가진 경감이 있지만 뛰어나다는 FBI조차 우연으로 치부해 버린 사건이지만 경감은 분명 이 사건은 분명 살인사건이란 확신이 들 뿐이다.


중요한 사건의 시작이 이루어지는 1961년에서 2008년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 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총리를 대신해 가장 유력한 후보인 국무부 장관 올레 알민 에네볼은 자신의 시대가 곧 열릴 것에 기분이 들뜬다. 헌데 국무부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고 이 편지를 받은 오를라 필 베른첸은 아기 양말 한 켤레와 잡지 두 장을 복사한 듯 보이는 사진에 눈길이 멈춘다. 사진 밑에 쓰여진 글씨는 더욱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하기에는 자신과 깊은 연관이 있는 편지이며 선명하게 쓰여진 '욘 빙르스트란'이란 이름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 사건은 국무부의 수장인 미라인간 에네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오를라는 십오 년이나 소식을 끊고 지낸 난민 변호사 세베린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와 자신은 편지 속 국무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콩슬룬 고아원과 관계가 있기에... 인터펜턴트 위크엔드의 신문기자 크누드 토싱과 사진기자 닐스 옌센에게도 같은 편지가 도착한다. 이 사건은 분명 커다란 이슈를 가진 사건이란 것을 직감한 토싱은 이 편지의 숨은 진실을 밝히기로 한다. 토싱과 닐스는 콩슬룬 고아원을 직접 방문하고 이제 곧 퇴임식을 가질 원장 대신 현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의문을 풀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퇴임을 앞둔 원장의 딸과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데....


소녀는 자신이 못 생겼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남들과 다르기에 파란 코끼리방에 있던 일곱명의 난쟁이들 중 유일하게 떠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원장은 이런 소녀를 안타깝게 여겨 자신의 딸로 입양하고 소녀는 자신처럼 신체가 불편한 인물과 만나게 된다. 그녀가 신체적 불구를 극복하고 적은 일기장을 통해 엄청난 비밀이 고아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우연은 없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신 혼자라면 결코 시도하지 않을 일이지만 신문기자 토싱의 통해 방송국에서 일하는 피터는 그 옛날 콩슬룬 고아원이 가진 비밀을 심도있게 파헤치려고 한다.


스토리는 한 통의 편지가 출세를 위해, 안정된 삶을 위해, 특종을 위해, 난민 소년을 돕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의 삶을 순식간에 바뀌어 놓는다. 콩슬룬 고아원에 있던 다섯 남자아이와 두 명의 여자아이... 일곱명의 난쟁이는 각기 다른 환경으로 떠나지만 그들은 자신의 뿌리가 누구인지 무시할 수 없다. 진실을 안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다. 못 생겼기에 어쩔 수 없이 남아야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녀 마리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함께 지낸 일곱.. 아니 여섯 난쟁이들을 추적한다. 진실은 슬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아픈 과거를 외면하고 살고 싶었지만 우연히 벤치에서 보게 된 신문 속 인물을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여자... 그녀는 진실 앞에 당당하지만 정작 그 진실과 맞닥드린 인물은 진실을 보지 못한다. 미처 알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기에 뿌리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로인해 안타까운 일이...


입양을 소재로한 이야기라 몇 년 전까지 해외에 많은 입양아를 보낸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던 이야기다. 입양이 어떻게 정치 범죄 미스터리 소설과 연결했을지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들어나는 진실을 통해 왜 그토록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이 된다. 사람은 죄를 짓고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죄에 대해 무감각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출세를 위해 기꺼이 다른 사람의 희생쯤은 무시하고 지나치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선의에 의한 행동도 상대가 선의로 느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것이 설령 어린아이라 해도....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스토리라는 말은 솔직히 못하겠다. 그럼에도 입양이란 묵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가 있다. 범인을 추리하고 쫓는 것보다 입양이란 소재를 더 심도있게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덴마크의 미스터리 소설은 '일곱 번째 아이'가 처음인데 저자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책에 투영된 것 같아 사실감 있게 읽었다. 내가 모르는 작가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에  앞으로 더 많은 덴마크 작가의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여자로서 엄마가 자기 아이를 보려는데 그게 거부되는 걸 보면 충격이지. 그런데 그건 아이한테도 충격이다."   -p33- 1권


증오는 가슴을 부풀렸고, 숨을 들이마셨고, 알 수 없는 뒷문을 통해 내 영혼 깊숙한 곳으로 보이지 않게 기어들어 왔다. 증오는 몸을 털고 주위를 둘러본 뒤 조용히 몸집을 불릴 적당한 은신처를 찾아냈다.        -p119- 1권


죽은 여인이 지닌 수수께끼는 모래밭에 계속 묻혀 있을 운명이었다.        -p155- 1권


아침 첫 햇살이 커튼 사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영원히 행진하는 코끼리를 비추자 나는 기다리던 답을 얻었다. 코끼리 일곱 마리가 행진을 한다.                -p20-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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