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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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기에 늘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잘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 글을 조리 있고 재치 넘치게 쓰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부럽기도 하고 그들의 글쓰기를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역사적으로 너무나 뛰어난 글쓰기를 자랑하는 문장가들의 글을 통해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글쓰기가 있으며 글쓰기를 하는데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글쓰기 동서대전'... 14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서양 최고의 글쓰기 천재들의 글을 통해 글쓰기의 핵심 비결이 무엇인지 글쓰기 인문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 9가지의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 천재들의 글이 가진 비법들은 서로 다른 글쓰기 비법이 아니기에 각각의 단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등장하며 서로 연관성이 있다.

 

 

동심의 글쓰기는 박학다식하고 특히 문장에 뛰어났던 이덕무의 글쓰기에서 볼 수 있다. 목적을 가지고 쓰는 글은 불순한 글이며 글은 장난치며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이 최고의 글이라는 이덕무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되도록 나 역시도 내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는 글을 쓰기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이덕무가 있다면 중국... 명나라의 사상가이며 중국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기이한 개성의 소유자 유교사상의 굴레를 벗어난 글을 썼던 이탁오는 동양의 니체라고 불릴 만한 인물이라고 한다. 독서를 가장 좋아했던 이탁오가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공자, 맹자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글을 썼다는 것이 놀랍다. 한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고 무조건적으로 맹신하고 존경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점을 존경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뛰어난 인물들 역시 자신들이 가진 논리와 견해에 집착하느라 아집과 편견을 가진 글을 남겼다고 말한다. 곱씹을수록 돌아보게 되는 글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았던 성호 이익...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일이나 사물에 대한 스치듯 지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품'... 이익의 관물편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소품의 걸작이며 일본의 하이쿠가 시의 소품이라고 말한다. 예전과 하이쿠를 다룬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절제된 표현의 하이쿠는 고유의 단시형. 5·7·5의 17형식을 따르고 있어 일본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큰 감흥이 없었다. 순간의 미학, 찰나의 미학이라고 말하는 하이쿠와 다르지만 이익의 관물편은 간결하고 짧은 글이지만 동식물, 온갖 사물을 통해 순간과 찰나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품문 모음집으로 최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북의 동식물에 대한 우화를 통해 미미하고 작은 사물이지만 우주와 자연과 인간 세계의 원리와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 글은 이익의 관물편 속 우언 소품을 너무나 유사함에 놀라게 된다.

 

 

근대인이 지닌 자아와 이기주의를 날카롭고 예리하게 파헤치는 일본 작가 나츠메 소세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소세키의 책을 한 권 이상은 읽었을 정도로 일본의 대표작인데 그의 최고의 풍자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개인적으로 읽지 못했다. 고양이를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소세키 자신을 표현한다.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민낯을 드러내며 그 속에 숨어 있는 거짓과 위선, 야만성을 폭로한 이야기로 고귀한 인격과 품격을 유지하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번영과 성공에 기대어 사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며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는 풍자라고 알려준다. 소세키의 도련님 밖에 읽지 못한 나로서는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읽어야지 생각만 했는데 일본의 부끄러운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란 것을 풍자의 글쓰기를 통해 새삼 알게 되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볼 새각이다. 박지원의 '호질' 역시 의인화 이야기이며 풍자의 글쓰기의 최고봉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는데 어릴 적에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를 재미는 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인류 자체를 풍자한 글이라니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과학사상가인 홍대용은 청나라를 갔다 온 후 여행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중국이 중심이 아니며 세계의 중심이 될 수도 있는 혁신적인 세계관과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의 책에 담겨진 다섯 가지 차원이 18세기 조선에 어떤 방향을 일으켰을지 생각해 보며 그의 생각을 수용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일상의 풍경을 글로 옮긴 헬렌 니어링은 여성들이 꼭 부엌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은 결국에는 의식주 문제다. 좀 더 좋은 집에서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가사를 부부가 분담하는 집들도 많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가정살림은 여자들의 몫이고 남성들은 도와주는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자들이 음식을 장만하는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는 것에 목표라고 말하는 니어링의 이야기를 보며 상다리 부러지게 풍성하고 화려하게 차린 음식이 아니고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단순하고 소박한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중요한 일상의 철학에 크게 공감한다. 나 역시도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싶기에....

 

 

글을 잘 쓰기 위한 길잡이가 되는 책이 아니며 묘책을 담고 있지도 않다고 말한다. 위대한 문장가들의 글을 이해한다고 그들처럼 글을 쓸 수 없듯이 무수히 많은 책을 읽는다고 글쓰기에 꼭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독서는 좋은 것이란 생각을 늘 갖고 살고 있고 되도록이면 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나로서는 독서로 인해 생각이 마비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의외로 느껴졌다. 독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독서가 자신의 것이 된다는 글을 보며 책읽기에 더 중점을 둔 나는 앞으로는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서한 것을 다시 생각할 때에는 비로소 독서한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 이러한 이치는 마치 음식을 먹었다고 곧바로 피와 살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소화가 되어야 비로소 피와 살이 되듯이, 끊임없이 독서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자기 속에 남아 있지 못하고 대기는 잃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자득의 독서, 곧 독서를 통해 스스로 깨달아 터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를 명심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 하나는 반드시 "생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독서하라"는 것이다.           -p650-


글쓰기는 잘 썼느냐 못 썼느냐, 훌륭한 글인가 별 볼일 없는 글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비록 서툴고 엉성해 잘못투성이인 글일지라도 어느 시대에도 없고 다른 누구도 쓰지 못한 나만의 글을 써야 한다.      -p260-


성령이란 이탁오의 동심을 윈굉도가 재해석한 문학적 개념이자 소품문이 추구한 미학적 가치이다. 그것은 '자신에게서 나온 진실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글을 써야 한다'와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속박당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과 감정으로 글을 쓰겠다'는 작가 정신이다.                -p313-


이덕무는 글을 지을 때는 한 가지 방법이나 한 가지 법칙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변화하는 것이 끝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든 글이 제각기 나름의 묘미를 갖고 있듯이, 글을 지을 때 역시 여러 상황과 경우 혹은 글쓴이의 수준과 자질에 따라 제각각 천변만화의 묘미를 갖출 수 있고 또한 갖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p375-


"사유가 곧 표현이다"................ 필자는 이 말에 백 번 천 번 공감했다.          -p388-


사소하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 속에서 비범하고 특별한 것의 발견과 창조, 이것이야말로 이옥이 추구했던 글쓰기 철학, 즉 '일상의 미학'이다.      -p435-


세상에나 담배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해 이옥이란 인물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 담배학을 통해 새로운 학문을 창조했다는 표현이라니... 읽으면서 흥미롭고 재밌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사와 인간사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의 흐름도, 인간의 운명도, 사람의 목숨도 언제 어떻게 변화하고 사라질지 알 수 없다.     - 요시다 겐조- p464


글이란 반드시 자시에게서 나온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진솔하게 드러나는 대로 글을 써야지. 인위적으로 지으려고 하거나 작위적으로 꾸미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성정이 유로流露하는 대로 글을 짓는다면, 그것은 잘 지었든 그렇지 않았든 좋은 글이자 참된 글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짓고 작위적으로 꾸민다면 아무리 잘 지은 글이라고 해도 그것은 나쁜 글이자 거짓된 글일 뿐이기 때문이다.      -p631-


동서양의 글쓰기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겨진 날카로움이 마냥 어렵지만 그렇다고 쉽다고 말할 수 없지만 글쓰기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은 글이 많았다. 방대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에 놀라고 자득의 글을 쓰기 위해 깊이 있는 독서와 다시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세심한 설명이 언급한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분량이 많지만 가독성이 뛰어나 읽게 된다. 글쓰기 인문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다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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