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믿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다. 매력적인 여자 집배원이 새처럼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이런 미친... 아님 거짓말이라고 여기지만 흥미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맞장구를 쳐줄지... 비키니 차림의 집배원 여성이 구름 위를 달리듯 날아가는 표지가 인상적인 로맹 퓌에르톨라의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전작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을 읽었기에 프랑스식 유머코드에 다소 낯설지만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책인데 이번에도 역시나 저자만이 가진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스토리의 시작은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가 딱딱한 분위기의 늙은 미용사를 만나자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던 화자 레오는 자신이 직접 본 믿기 힘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아이슬란드의 화산재 구름 때문에 비행이 취소되어 도저히 딸을 만나러 모로코로 갈 수 없는 집배원 프로비당스는 마음이 불안하다. 병명도 생소한 점액과다증을 앓고 있는 딸 자헤라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프랑스로 데리고 와야 하는데 화산재로 인해 벽에 부딪히자 눈앞이 깜깜하다. 딸에게 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황당하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인물 중국 해적을 만나 그가 보여준 행동을 보고 그를 통해 최고의 스승을 만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밑져야 본전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프로비당스는 스승을 만나기로 하는데....


저자의 유머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엉뚱함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부분도 있다. 인간이 아무장비도 없이 하늘을 날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지만 딸을 생각하는 프로비당스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서라도 딸을 만나기 위해 황당한 모험을 계속한다. 아주 작은 비키니를 입고 하늘을 나는 프로비당스의 모습도 황당하지만 이런 프로비당스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관제사 레오의 행동도 의외다. 다행히 레오로 인해 사막에서 프로비당스가 커다란 위험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늘 바쁘게만 살면 당신은 실수하는 겁니다. 하긴 실수는 아주 인간적이죠. 연필 끝에 지우개가 달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p149-


세상에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 있다. 프로비당스에게 자헤라가 그러하다. 프로비당스가 급성맹장염으로 입원해서 만난 운명과도 같은 소녀 자헤라... 두 사람은 일반적인 모녀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서로를 향한 깊은 믿음과 신뢰가 가진 모녀가 된다. 자신에게 결코 오지 않을 가슴으로 낳은 딸을 살리려는 프로비당스의 선택이 대단하다.


서양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마늘냄새가 흥미로운 요소로 등장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포인트라고 여겨지며 판타지요소가 담겨 있지만 그 속에는 관제사 레오가 미용실을 찾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깊은 사연이 담겨져 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진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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