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 허나 요즘은 자꾸 읽을수록 SF소설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내심 느끼고 있다. 좋아하는 SF작가도 생겼고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도 늘 반갑다. 비채에서 나온 신작 두 권의 작가인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 중 '블러드 차일드'는 저자가 단편 쓰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도 이 작품 안에는 SF소설만이 가진 재미와 지구에서 잘 낫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알고 보면 우주에게는 그저 하나의 미미한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제목과 같은 처음 단편부터 예사롭지 않다. 인류는 그저 다른 생명체의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첫 번째 단편 블러드 차일드에서는 인간의 남녀를 구분 없이 자신이 선택한 인간을 희생양으로 삼아 생명을 이어가는 물체의 선택은 받은 소년의 이야기다. 영상으로 만났다면 섬뜩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존재에게 선택한 아이... 아이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가족을 향한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 충격적이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었던 이야기다.

 

 

"내가 너에게 그런 실수를 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너를 선택했어. 너도 나를 선택하게끔 자라리라 믿었고."      -p51-


DGD 특정 인자를 가진 불안정한 상태의 화자가 돌아가신 부모님의 끔찍한 모습을 기억하면서도 같은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와의 미래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끌림은 화자가 가진 특수함 때문이라는 특수한 유전자 요소를 흥미롭게 풀어낸 저​녁과 아침과 밤, 누구나 애정을 갖고 있는 대상이 있다. 가족이란 묶어 있지만 아픔 진실을 가진 가까운 친척, 화자가 오빠와 조카를 만나러 가던 중 버스에서 갑자기 벌어진 난투극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말과 소리, 생활이 너무나 힘든 여자 앞에 나타난 과거의 남자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을 담은 넘어감, 두 번의 유산을 가진 통역사 화자는 외계인들로 인해 고통 받는 인간들에게 말하고 있다. 허나 그들 역시 벗어날 수 없고 당당해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화자에게 불안한 심리를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직업과 자유를 외계인의 존재를 통해 풀어낸 안타깝고 아프게 느껴졌던 특사,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신이라고 믿는 존재에 대한 이미지와 변화 진실을 알게 되는 두려움을 다룬 마사의 책... 저자의 후기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만나는 많은 책들에서는 유토피아의 세계보다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신의 마사에게 충분히 유토피아의 세상을 주고 싶어 한다. 그곳이 진짜 유토피아의 세계라는 것은 순전히 본인이 느껴야겠지만... 유토피아의 세계가 가진 천국과 지옥의 얼굴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야기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마지막 단편은 화자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SF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흑인에 대해 말하는 긍정적인 집착... 헌데 저자는 후기에서 이 작품은 자전적 글이라고 밝히고 있다.

 

 

 

 

 

 

"너에게 시킬 큰 일이 하나 있다. 그 일에 대해 말해주는 동안 네가 세 사람의 이름을 명심했으면 좋겠구나. 요나, 욥, 그리고 노아를 기억해라. 그들의 이야기를 지침으로 삼아라."        -p227-


'블러드 차일드' 저자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나의 단편을 쓰게 된 동기를 알려주며 저자가 단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후기를 통해 친절함 있어 좋았다. 미래는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러기에 두렵고 무섭지만 그럼에도 희망적인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저자의 단편들은 암울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SF 소설이 가진 재미는 잘 담겨져 있다. 미래 사회가 디스토리아일지 아님 유토피아일지는 순전히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허나 요즘 같은 전 세계의 모습을 볼 때 유토피아의 세상이 아닐 거 같은 두려운 맘이 드는 것은...


휴고상과 네블러상을 동시에 수상한 저자답게 SF소설의 재미를 단편 속에 나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자의 좋아하는 장편은 어떨지 빨리 읽어 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