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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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젊은이들은 취직을 못해 휴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에 몰리는 요즘은 성인이 되어도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헌데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진 사람들도 육아와 갈수록 치솟는 주택부담금으로 부모에게 얹혀사는 '리터루족' 늘고 있다고 한다.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숨이 나오는 기사에 걱정이 된다.


요즘 우리 현실 속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나카지마 교코의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은 가족이지만 가족이기에 오히려 더 모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불편한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류타로는 전직 치과 의사로 두 딸을 출가시키고 아내와 치매를 갖고 있는 아내의 엄마와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막내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조금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즐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에 증권회사에 다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사위가 사업난으로 망하자 사위와 큰 딸, 손자 사토루가 들어온다. 곧이어 임신한 둘째 딸까지 집으로 들어오자 어쩔 수 없이 자식들을 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불편하고 속상하다.


서로가 최선이라는 선택으로 모였지만 대가족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소년 사토루의 경우만 보아도 자신의 의지보다 부모님의 뜻으로 사립학교에 갔다가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오면서 공립학교에 다니게 된다. 우리도 왕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 왕따의 원조인 일본은 더 심각한 분위기라 학교생활지침서를 만들었을 만큼 사토루의 학교생활은 힘들지만 정작 부모는 모른다. 할아버지를 닮아 다소 태평하고 무사안일주의 성격

탓에 다른 친구를 곤경에 빠트리는 결과로 인해 사토루의 학교생활은 심각한 상태에 빠진다.


둘째 딸 역시 부모님의 생각과는 달리 열네 살이나 어린 신인 개그맨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된다. 이미 부부사이는 파탄에 나 있었지만 부부로 살면서 그토록 아이를 갖기 원했을 때는 생기지 않다가 우연히 재회한 연하남과의 사이에서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하며 친정으로 돌아온다. 다행이라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친정이 있다는....


젊은이들의 취직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자식 취직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다. 취직을 못하는 것도 속상한데 집안에만 처박혀 사는 막내 외아들을 보는 부모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다. 아들의 방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류타로가 한 마디 하고 창고를 안식처로 삼던 사토루와 방을 바꾸는 외아들... 허나 인간은 누구에게나 짝이 있고 잘하는 것이 있듯이... 외아들 가쓰로 역시 똑똑한 누나들에게 기죽어 지내며 자포자기하던 것과 달리 작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인연이...

 

 

 

다행이라면 대가족으로 뭉쳐 살며 서로의 모습에 점점 지쳐갈 즈음에 가족들 한 명씩 새로운 출구를 발견한다는 점이다. 3대, 4대가 모여 사는 가족들을 보기는 힘들다. 예전처럼 자식에게 노후를 기대는 부모님들보다 부모님에게 기대어 사는 자식들이 늘어나면서 성치 않은 몸은 더욱 고단하고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자식은 평생 부모에게는 애물단지라고 한다. 나 역시 친정 부모님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 사는 편이기에 매번 미안하지만 때론 부모님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일이 있는데 책을 읽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마음 따뜻한 책이다. 

 

 


"패밀리아는 패밀리, 펠리체는 행복이라는 의미이지. 그러니까 행복하고 밝은 가정을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습니까? 하는 뜻이란 말이지.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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