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여자들의 우정은 남자들보다 깊지 못하다고 말한다. 여자인 나도 학창시절에 단짝처럼 지낸 친구보다 동네에서 만나거나 배움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지내고 있다. 시간이 흘렀다고 친구에 대한 마음이 엷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은 늘 있다. 생활에 쫓겨 살다보니 시간날 때 만나면 되겠지 하는 다소 안이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친구들과 거의 얼굴을 못 보지가 꽤 시간이 되었다는 '달콤 쌉싸름 사중주'를 읽으며 친구들이 생각나고 보고 싶다.


'달콤 쌉싸름 사중주'은 '서점의 다이아나'를 통해 알게 된 유즈키 아사코의 작품이다. 여자들의 심리를 편하고 사실감 있게 그려내는 작가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은 내가 읽은 전작보다 더 여성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며 우정과 사랑을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작품이다.


남편이 호주에 파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유일한 기혼자인 유카코와 사키코, 마리코, 가오루코... 네 명의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때부터 해오던 티모임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가며 서로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고민을 함께 풀어가며 우정을 이어간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사키코는 불꽃축제에 갔다가 옆자리에 있던 남자가 주는 유부초밥을 얻어먹는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키코가 낯선 남자의 행동에 거부감은커녕 자꾸만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유부초밥의 맛을 토대로 사키코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를 찾기 시작하는 세 명의 친구들... 서로 경쟁하듯이 찾는 과정이 유쾌하고 재밌다는 느낌도 주는데 역시나 맛은 예민한 사람이 잘 안다고 남자의 유부초밥의 핵심을 알아낸 친구로 인해 찾아낸다.


평소에 좋아하는 요리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기쁨을 누리던 유카코는 악플로 인해 심한 정신적 고통에 빠진다. 유카코가 어릴 적 먹어 본 최고의 과자의 비밀을 이번에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해결하며 자신감을 갖게 된다.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으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야. 그런 때는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최고야.          -p84-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마리코는 콧대 높은 멋진 여성이다. 한 살 어린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그는 전혀 반응이 없다. 헌데 남자친구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옛날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친구들은 마음 아파하는 마리코를 위해 직접 의문의 인물을 찾아 나서는데...


엄마로 인해 일과 사랑, 집안일까지 완벽한 여성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진 가오루코는 타인에게 빚을 지거나 도움을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친구들은 이런 가오루코를 안쓰럽게 여기며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며 아주 난처한 위기에 처한 가오루코... 그녀의 폭발과 솔직함이 상대도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상황을 변화시킨다.


커피 소비가 높은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티 문화는 커피만큼 활성화 되었다고 느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예쁘고 분위기 있는 티 전문점을 두세 곳 알고 있고 한번씩 먹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커피가 아닌 차를 더 마시고 느끼고 싶은 유즈키 아사코의 '달콤 쌉싸름 사중주'... 티문화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제목만큼 상큼하고 달콤 쌉싸름하게 다가와 즐겁게 읽게 된다.


만능장이 TV이를 통해 유행처럼 번져 많은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가오루코가 모르고 사용한 고추기름이 정말 있었으면 모든 요리가 맛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로 만능 고추기름은 개인적으로 레시피가 알고 싶을 정도다. 사진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며...


각기 다른 음식을 통해 네 명의 친구들은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성숙해진다. 음식이 주는 따뜻함과 즐거움, 고소함 우정과 함께 느끼며 나의 서른 즈음 나와 친구들을 떠올려 본 유쾌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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