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로운 소설을 만났다. 열다섯 소녀의 사춘기 성장통이 아프지만 요즘 신세대답게 생뚱맞으면서도 내가 자랄 때와는 참 다르구나 싶은 호기심을 발동시킨 작가 우마루내의 '터키어 수강일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보통 외국어하면 영어, 중국어 또는 일본어나 스페인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보았지만 '터키어'라니... 형제의 나라라고 알고 있으며 참 예쁜 문화유산을 간직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을 불러오는 나라 '터키'지만 정작 터키어를 배우고 싶다는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인데 무슨 이유로 터키어를 수강할 생각을 했던 것인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책이다.  


시대가 확실히 많이 변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줄임말 표현, 외래어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기에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지만 확실히 내가 구식이란 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새삼 느끼게 된다.


스토리는 존나 카와이한 인터넷 그룹인 친목모임 그룹 중 하나를 알려주며 시작한다. '카와이' 일본어로 귀엽다, 사랑스럽다, 작다란 뜻을 갖고 있는 단어다. 존나 카와이라면 많이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말일 것이다. 이 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주인공인 나는 그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자신이 가진 남다른 취향을 우연한 기회에 털어놓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는 분명 모임 회원들이 뒷담화를 할 정도로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픈 나란 인물의 모습은 딱 그 나이대의 소녀가 가질 수 있는 심적 갈등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잠시 했다.


터키인도 아닌 터키 군번과의 아쉬운 첫사랑과의 이야기는 첫사랑에 대한 설렘을 가졌다기 보다는 죽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죽지 못하고 그냥 어떻게든 버티고 싶은 심정을 표현한 이야기에는 열다섯 소녀가 가지고 있는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작하고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 헌데 또래 남학생과의 입맞춤에 좋은 기억이 아닌 여드름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터키 문화원을 찾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나고 그와 터키어 강의를 들으며 터키어의 표현방식을 들려주는 스토리는 솔직히 재미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터키어를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어 좋았던 부분이다. 솔직히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평소에 영어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고 스페인을 여행한 적이 있어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을 가져 어학원까지 알아본 적이 있는데 책을 읽으며 터키어가 표현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터키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보다 재밌다는 느낌도 주어 관심이 가기에 기회가 되면 터키어 문화원을 나도 한 번 찾아가고 싶어진다.


가슴속 깊은 아픔을 보듬어 주어야 할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지만 가족이라 소홀하기 쉽고 몸과 마음에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고 그로 인한 상처는 더 깊고 아물기 힘들다. 나 역시 자식을 키우고 입장에서 나도 모르게 부모, 어른이란 입장에서 자식을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 아이는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을지... 나는 아들이 가진 본심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외롭지는 않은지... 나의 생각만큼 아들의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