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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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시인에 대한 저자 안도현의 깊은 애정이 한 가득 담겨져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책이다. 시인 백석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못한데 백석평전을 읽으며 미처 몰랐던 백석 시인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백석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서정시에 썼으며 그의 시에는 방언이 자주 사용되었고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시들을 발표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솔직히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보다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시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함께 글을 읽는 분들을 통해 백석 시가 주는 재미를 의견을 나누며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백석의 시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읽혀진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이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표현은 부녕히 문장구조의 인과관계를 무시하는 충돌이거나 모순이지만 연애의 달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을 정도다. 뛰어난 글쓰기에 잘 생긴 외모를 가졌기에 백석 주변에는 여자들이 정말 많이 있다. 문인 세 명의 여자는 각기 백석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는 여자나 남자나 예쁘고 멋진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다른 외모에 엄청난 금액의 길상사를 내놓은 자애란 여성 역시 백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인으로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에 담겨져 있다.


백석의 시가 읽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인으로 책에서 말했듯이 시원의 순결성을 가지고 있는 고향과 고향의 방언에 착안했다. 고향의 말인 방언이야말로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지켜낼 수 있는 하나의 시적인 역설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그는 판단하여 많이 사용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평전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저자 안도현 씨가 너무나 좋아하는 백석이기에 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백석을 좋게만 평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드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백석의 글에 매료된 것은 분명 백석의 글을 만날 수 있어 좋았으며 큼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알고 있던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


백석은 해방 전 남한에서 가장 주목받던 시인 중 한 명이었지만 해방 후 북한에서 시인으로서의 말년은 행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자연으로 생을 마친 백석에 대해 우리는 그가 살아온 삶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삶은 정치나 역사에 의해 굴절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겪는 특수한 순간들이 모여 삶의 전체를 구성하는 법이다.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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