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한다. 그것이 끔찍하고 떠올리기 싫은 사고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 '별을 담은 배'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무라야마 유카의 신작 '날개'는 번역가 김난주 님이란 글에 끌린 책으로 하늘을 나는 말과 독수리,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표지가 인상 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늘 힘들다. 날개의 주인공 시노자키 마후유... 일명 머피는 가장 믿고 의지하던 사랑하는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학대로 가슴 깊은 상처, 고통을 가슴에 담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들어내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여덟 살의 어린 소녀 마후유는 아버지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을 곁에서 목격한다. 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다며 마후유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엄마와 미국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떠났지만 일본사람이지만 일본인들 속해서 물과 기름처럼 떠돈다. 미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항상 마후유를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학을 진학하면서 이모부의 도움으로 마후유는 엄마의 곁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다. 셰어하우스를 통해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생기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극도로 꺼리는 마후유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마후유를 가르치던 남자 로렌스 샌더슨... 일명 랠리는 마후유를 진심으로 아끼는 남자다. 그는 이혼남으로 그에게는 전처 나바호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들 팀이 있다. 마후유는 힘들게 한 과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랠리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는다.


부모님을 떠올리며 결혼을 꺼리지만 랠리의 아들 팀을 만나러 찾아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알게 된다. 극도의 불안감에 자신에게 온전히 기대는 팀을 통해, 랠리의 진심으로 마음에 마후유는 마음을 열고 그와의 결혼식을 결심한다. 헌데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날 불행은 그녀를 다시 덮치는데...


마후유를 보며 산다는 것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참 힘들구나 싶다.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날 세상을 떠난 자식, 형제자매를 바라보는 랠리의 가족들은 마후유에게 각기 다른 감정을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존재한다. 상처의 크기를 줄여주지는 못할망정 그 깊고 넓게 곪게 하는 것이 가족이라니... 마후유의 모습이 자꾸만 연상이 되어 안쓰럽고 아프게 느껴진다. 다행히 마후유가 시련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기 위한 걸음을 옮기는데 용기를 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다른 책에서도 그 지역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만났지만 날개에 담겨진 보호구역 내에 살고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바호 원주민의 생활상을 담은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상황과 크기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자신이 가진 슬픔, 고통, 아픔이 있다. 이것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사랑한다'는 역시 그냥 '사랑한다'야. 다른 말로는 대체할 수 없는 거잖아. 그 상대가 아니면 절대 안 되고, 그 사람에게서 진심이 담긴 애정과 배려를 느끼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고, 그렇다면 사랑하는 게 아닐까?                 -p82-


'행복을 잡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냥 느끼는 거야. 그때그때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지. 억지로 잡으려 하면 도망쳐 버려.'       -p144-


어디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났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다.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인간이 어디서 살아가기로 선택하고,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그것이야.      -p179-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될 것인가. 증오에 휘둘리는 인간이 될 것인가.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불행의 내리막길을 굴러 떨어질 것인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나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은 아무 상관이 없어. 그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는 거야."          -p445-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뒤에 남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소중한 무엇과 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듯 가슴이 아픈 것이다.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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