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
박영주 지음 / 아띠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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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귀여운 한 여자와 한 동물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일러스트가 시선을 확 잡아끄는 여행에세이 '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 표지부터 마음에 드는데 여행에세이로 저자의 치열하고 아픈 20대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 인상적인 책이다.


몇 년 전에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20대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취업 등으로 너무나 힘들고 아프다는 청춘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분명 나의 이십대와 지금의 이십대는 다르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이십대의 젊은이들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십 대에 들어서면서 어른들이 젊음이 예쁘다는 말을 나 역시 그들에게 하고 있는데 사랑에 아파하고 불안한 일에 대한 박영주 저자의 눈물겨운 청춘이 안쓰럽고 가볍게 보듬어주고 싶어진다.

 

 

저자는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너무나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럽게 했던 기억들을 마음의 나라에서 지워버릴 생각으로 남미로 떠나기로 한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로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일을 선택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젊다면 꿈을 쫓는 것이 먼저란 생각이 들지만 저자의 주변 인물들은 꿈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견디지 못한다. 다행이 저자는 자신의 꿈을 응원해 줄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며 행복함을 느끼지만 4년이란 시간을 함께 한 사랑도 꿈도 실패하고 만다. 처음이기에 더 고통스럽다.


남미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죽기 전에 가장 가봐야 할 곳으로 뽑는 그랜드 캐넌을 먼저 찾는다. 이곳에서 저자는 여행동무 토끼 아모를 만난다. 동화적인 요소로 곰에게 귀를 먹혀 토끼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이야기는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힘이 된다. 항상 저자의 글을 즐겁게 읽어주던 친구와 함께 저자의 동화 '고양이 달'을 만들어간다. 지금은 벤처기업의 대표와 동료로 일하지만 일러스트를 통해 덥고 힘든 환경에서 두 사람의 만들어가는 동화책의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된다.

여행지마다 자신의 청춘의 일부분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물놀이 갔던 기억이 생각났던 저자가 친구 세 명과 함께 한 첫 캠핑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 가장 힘든 시간을 고양이달을 쓰고 만드는 것으로 아픔을 견디어낸 저자가 마련한 '고양이달 청춘 콘서트', 제주소년의 음악과 함께 한 시간과 이별 공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어린 가이드를 안타깝고 기특하게 생각하는 모습, 문학소녀로 저자의 책 고양이달에 커다란 영향을 준 세 명의 작가 이야기, 버킷리스트를 행하고 있는 그랜드 캐넌의 가이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 파타고니아 모레노 빙하 등 여행지 하나하나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누구나 떠나고 싶은 아름다운 여행지와 어우러져 더 가슴을 울린다.

 

 

 

 

 

남미 대륙을 여행하며 자신의 청춘을 힘들고 아프게 했던 것들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기억을 잃어버린 토끼 아모의 귀를 먹어버린 흑곰.. 곰이 너무나 사랑했던 존재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때론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저자는 4년을 매달린 '고양이달'을 완성하였지만 자신의 사랑과는 제대로 이별을 못했다가 비로서 여행의 끝... 마음의 나라 우수아이아에서 비로소 진짜 이별을 할 수 있게 된다.


살다보면 제대로 이별을 할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 역시 제대로 끝내지 못한 이별이 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진 남미는 예전부터 떠나고 싶었던 여행지다. 거리가 멀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쉽게 떠날 수 없는 여행지라 늘 생각으로 그쳤는데 책을 읽으며, 아름다운 풍경들에 매혹되어 가까운 시일 내에 떠나고 싶다. 여행에 대한 갈증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을 만나 즐거웠다.


"곰이 내 귀를 잘라먹어서 기억을 많이 잃었어. 내 기억은 귀에 다 있거든. 귀가 잘린 만큼 기억이 안 나."   -p48-


"함께 가자.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세상의 끝으로 가는 거야. 이십 대 중반에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찾았다면, 이제는 가장 괴로운 기억을 버려서 행복을 찾을래. 그 아이와의 시간처럼 따뜻했던 기억만 남기고 다 버릴 거야. 그러니까 너도 마음의 나라에 가서 그의 기억을 찾아 행복해질 생각만 해."        -p113-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은 지났다. 나는 서른이었다. 수많은 만남과 사랑, 이별을 뚫고 살아 버텨 내어 다다른 나이었다.             -p414-


누구나 자기 삶에 주어진 과제가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도망치면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 같았다.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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