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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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강렬하면서 참 매력적인 글이란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여자가 여자에게 건네는 다정하고 솔직한 수다라는데 저자의 여자 수다가 무엇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인생 100세 시대다. 얼마전에는 몇 년 후에는 120살까지 살 거란 이야기도 들었다. 인간의 수명이 이렇게나 길게 살 줄 많은 사람들은 몰랐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한 사람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살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일이지만 수명이 길어지면서 한 사람과의 오랜 결혼생홀이 힘들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하게 된다. 결혼을 한 입장에서 보면 옆지기에 대한 불평불만 보다 굳이 결혼이란 제도에 나를 묶어 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다음 생에는 그냥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렇기에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낸 남인숙 작가의 글에 공감한다. 

 

 


젊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나이를 들면서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아졌다. 재미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처럼 나 역시 예전에는 미처 재미를 몰랐던 것을 나이를 들면서 발견한 것이 많다. 그중 최고의 재미는 아이를 키울 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행이 가장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란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여행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는 십여년 전이다. 난생처음 가족 없이 혼자서 떠난 터키 여행.... 생활에 쫓겨 더 이상 나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느꼈을 때 떠나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며 남이 해주는 밥과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열흘을 보내며 내 안에 화를 내려 놓을 수 있었다. 터키 여행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도 한 번씩 옆지기의 눈치를 보며 여행을 꿈꾸고 있다. 사람, 삶을 좀 더 유연성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도 여행을 통해서다. 여행이 주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나이든다는 것이... 2, 30대의 치열함 없이 살아도 되는 지금이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지 새록새록 느끼며 살고 있다. 나의 이런 재미를 아직은 어린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아들은 옆지기를 닮아 여행이 주는 재미를 아직은 모른다. 조금 더 자주 아들과 여행을 다니며 매일 재밌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성보다 여성이 나이드는 것에 더 민감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비율이 세계적으로 엄청 높다는 이야기는 좀 더 예쁜 얼굴, 몸매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높기 때문이다. 젊다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어른들의 말을 중년이 되어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젊음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있지만 나이 들어도 곱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을 보면 나도 저 어른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년의 여성, 남성이 아름다운 모습에는 그들만의 노력이 반드시 있다. 얼굴, 몸짓, 말, 분위기에서 풍겨지는 아름다움은 젊은 사람에게서 발견하기는 어렵다. 나이를 먹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마릴린 몬로, 나오미 켐벨을 따라할 수 없지만 그들의 모습은 노력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기에 멋지고 곱게 나이들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이제부터라도 나의 매력을 찾아보고 단점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해볼 생각이다.

 

 


한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드라마라고 알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kbs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를 끊은지 십오년도 넘은 내가 본방사수에 재방송까지 꼼꼼이 챙겨서 본 드문 드라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막장 소재에 뻔한 다음 스토리가 대충 감이 오는 내용이라 좋아하지 않다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주변에서 추천하는 드라마를 몇 편 찾아서 볼 정도로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유행과 문화를 이끌고 있는 드라마 몇 편도 대개의 경우 익숙한 갈등, 소재를 가지고 있어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요소가 아줌마들에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아줌마의 파워가 가장 크다. 줄거리를 몰라도 극에 몰입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드라마의 매력은 내 안의 허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을 드라마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저자의 글에 씁쓸한 이야기임에도 공감한다.

 

 

 

결혼 여성의 상당수는 건망증을 갖고 있다. 나 역시도 치매에 가까운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아이를 낳은 여성이라면 출산 후 기억력이 감퇴하였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출산 후 우울증은 알고 있지만 건망증이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건망증을 필요 이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며 당당하게 뇌의 과부하로 인해 일어난 일이란 것을 가족들에게 인지시키고 도움을 받을 필요성을 느낀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글이 참 많은 책이다. 학창시절 친구가 아니더라도 나이를 먹어서도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내 생일날은 스스로 챙기려는 노력은 나와는 살짝 다른 모습이지만 나 역시 찬성하는 이야기다. 큰 맘 먹고 힘들게 구입한 코트와 남편의 유사점은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며 나이를 먹을수록 편한 것만 추구하는 요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한 여자의 완성은 신발이란 생각을 하게 한 이야기, 좋은 엄마, 좋은 아내에 대한 생각 등 여자들이 생각하는 소소하고 일상의 이야기들이 친구와 수다 떨듯 담백하고 재밌게 담겨져 있다. 결혼을 한 기혼자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을 할 이야기란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나이가 들 것인가, 나이'만' 들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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