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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평점 :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예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예요."
평범한 사람이 괴물로 바뀌는 공포! 네 이웃을 의심하라.
예사롭지 않은 강렬한 문구를 담고 있는 책 크리피... 실제 우리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는 현실을 놓고 볼 때 문구에서 오는 두려움이 머리카락이 쭈빗 선다. 크리피는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마에카와 유타카의 작품으로 벌써 영화로 만들어져 일본에서 곧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밌게 읽은 작품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즐거운데 우리나라에도 개봉이 되었으면 좋겠다.
화자 다카쿠라는 대학에서 문학부 교수로 전공은 범죄심리학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해 TV이나 라디오에 출연해 분석해주는 일을 한다.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경시청 형사 반장으로 일하는 옛 친구 노가미 세이지를 만난다. 학창시절에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노가미가 그를 만나고자 한 이유는 8년 전 발생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 때문이다. 실종 부부는 방역회사 직원이라는 남자에 의해 시달림을 받고 있었는데 미성년자를 교묘하게 속여 받아낸 서명을 이용한 그의 태도는 무섭도록 폭력적이었다. 폭력에 시달리던 딸만 남기고 가족이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이다. 공소시효가 없어지면서 예전의 사건을 다시 파헤치려는 노가미는 남겨진 딸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화자에게 조언을 구한다. 다시 만난 노가미는 화자의 집 주변 사람들에 관심을 보인다.

갑자기 사라진 노가미... 헌데 노가미의 시체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이 된다. 화자의 옆집에서 불이 나고 이 불에 타 죽은 세 개의 시체 중 하나가 노가미다. 절도를 위해 는 자살을 했을 거라는 노가미... 모순투성이 사건이란 생각이 다카쿠라는 든다.

이사한지 일 년도 안 된 다카쿠라의 옆집에 사는 니시노 가족... 중년의 남자 니시노 딸은 어느 날 다카쿠라의 아내에게 두려움에 섞인 엄청난 말을 조심스레 꺼낸다. 같이 살고 있는 남자는 자신의 아빠가 아니라고... 노시노의 딸은 도망쳐서 다카쿠라의 집을 노크하는데.... 갑자기 사라진 노시노와 딸이 사라진다.

노가미가 매달린 공소시효가 폐지된 사건, 수상한 옆집 사람, 다카쿠라를 따르는 여학생과 여학생을 스토킹 하는 학생 등 수상쩍은 인물들이 화자 주변에 많다. 음악가인 노가미의 아내를 만나 노가미가 남긴 편지를 읽게 되는데.... 편지에 담겨진 악마는....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처럼 바쁘고 남에게 관심을 두는 것도 남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웃에 관심이 없다. 이웃집에 무서운 사람이 산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될 수 있으면 마주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무서운 인상의 사람이 옆집에 산다면 멀리하고 싶다.
크리피 속 이야기는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여겨지지 않아 무섭게 느껴진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추리소설이 가져야 할 요소들이 잘 담겨져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데 스스로가 만든 테두리 안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꼬집어낸 크리피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