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도연대 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토록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은 만난 적이 없다. 에노키즈 레이지로... 그는 전 자작이며 지금은 에노키즈 그룹의 회장의 아들로 여자라면 저절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빼어난 외모의 미남자다. 무엇보다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기존의 탐정소설에서는 전혀 만나지 못했던 탐정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요건들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어내는 기이한 능력...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첫 번째 이야기 나리가마 - 장미십자탐정의 우울은 기이한 탐정 에즈키모와 그를 따르는 기묘한 사람들을 만나고 화자가 사건을 의뢰하는 이야기다. 나(모토시마)는 큰 누나의 딸인 조카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카가 가진 아픈 사연을 알게 된다. 세상에는 못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악마 같은 인간이 있다. 조카는 이름 있는 집안의 가정부로 일하다가 네 명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이미 시간이 지났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알고 지내던 사람을 찾아가지만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탐정을 소개한다. 탐정 에노키즈를 만나러 간 나(화자)는 탐정을 위해 일하는 두 명의 사람들과의 만나지만 그들의 모습은 탐정 못지않게 특이하다. 탐정의 능력도 예사롭지 않은데 탐정과 고등학교 동창인 고서점 교고쿠도의 주인 주겐지의 능력이 합쳐져 가마솥 사건을 깔끔히 마무리된다.

 

 

 

 

 

"... 잘 들어라. 내가 허용하는 것은 선이고 내가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악이야. 달리 기준이 없어!"   -p84-


두 번째 이야기 가메오사 - 장미십자탐정의 울분에서는 에노키즈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집을 나간 거북이를 찾으라고 한다. 여기에 아버지는 고물상에게 가메... 청색 독 '침청자'를 찾아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메를 무리해서 모은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화자는 그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여인을 통해 독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아버지를 멍청이라 부르는 탐정 에노키즈와 주겐지의 활약으로 야쿠자까지 관련된 사건을 해결한다.

 

 

 

 

악마다. 에노키즈의 정연한 얼굴이 내 니리에서 악마처럼 웃고 있다. 그리고 나는 임무수행의 실패를 지적받고 책임 추궁과 함께 화가나면 무석기 짝이 없는 그 기도사에게 설교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 역시 악마다. 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들의 먹이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더구나 나는 반쯤 자진해서 함정에 뛰어든 게 아닌가.     -p324,324-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 야마오로시 - 장미십자탐정의 분개는 화자의 친구인 그림연극을 하는 친구의 부탁을 받은 화자가 고서점 교고쿠도의 주인 주겐지를 찾아간다. 화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지만 주겐지를 찾아온 승려를 통해 이미 죽은 사람인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뢰를 받은 사건을 듣게 된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승려의 의뢰 사건 역시 이기적인 욕심을 가진 사람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책은 조금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얼마 전에 읽은 '백귀야행 양'이나 '백기도연대 우(雨)'와 같이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 넘 좋았다. 특히나 백기도연대 우(雨)에서 만난 에노키노 탐정, 교고쿠도 고서점의 주인 주겐지, 장미십자탐정 사무소의 사환 겸 비서인 드라키치, 에노키노의 부하가 되기 위해 경찰관을 그만둔 마스다, 우람한 체구의 조폭 같은 느낌을 풍기는 경찰관 가와라자키, 에노키노의 하인 중 한 명으로 굳어진 반사회적 인물이란 평을 듣고 있는 소설가 세키구치 다쓰미 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탐정 에노키노 레이지로다. 여기에 전기배선공으로 일하다 허리를 다친 '나'는 시종일관 사건마다 다양한 이름을 얻는다. 스토리도 좋았지만 삽화의 분위기가 흥미로워 스토리를 재미를 더한다. 백기도연대 풍(風)도 빨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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