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컬렉션 -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재벌가들이 미술관을 많이 운영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재벌가에서 미술품에 관심을 보이고 문화재단과 미술관을 건립하여 대부분 재벌가의 여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SK그룹 회장 부인 노소영 씨가 운영하는 아트센터나비, 금호아시아나의 금호미술관 등이 있지만 특히나 삼성가의 리옴 미술관과 호암 미술관은 그 규모나 보유 미술품들의 가치는 엄청나게 높다. 삼성가의 미술관이 명품 미술품을 보유하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이종선 씨다. 그가 삼성에 취직하면서 리옴, 호암 미술관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리 컬렉션'... 이 책을 통해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사랑과 희귀한 명품 미술품에 좀 더 상세히 알 수 있어 흥미로운 책이다.



故 이병철 회장은 유교적인 가풍과 곧은 성품에 그를 아는 지인들의 권유를 통해 미술품을 모으는 취미가 시작되었다. 모든 면에서 절제를 생활화한 이병철 회장은 미술품과 그림을 수집하여 호암 미술관을 가득 채웠으며 특히나 고려청자에 대한 애정이 깊다.  



1976년 일본경제신문에 이병철 회장이 <청자진사주전자>와 관련된 기고한 글이다. 이병철 회장은 골동품 수집에 남다른 철학과 의지가 있었음에도 가격이 너무 높게 채택된 것은 구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4년 삼성미술관 리옴의 개관식이 있었는데 엄청난 규모에 맞게 상당히 세련된 이건희 회장의 명품주의에 딱 맞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의 소장된 예술작품들에 주로 관심이 높았는데 박물관 건축이 아름다운 건축이어야 하고, 기능적인 면이 뛰어나야 하며 수집품의 특성을 살린 전시공간이 잘 나타나 있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형제자매들이 하나같이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이건희 회장은 어릴 때부터 영화 필름을 수집하는 영화광으로 아내 홍라희와 결혼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미술관으로 발전시킨다. 이건희 회장은 '다 바꿔'의 철학을 미술관에 적용시킨 명품주의를 통해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를 하면서 현재 국보급 문화재가 무려 160여 점을 수집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나... 우리나라 제일의 재벌가 삼성이지만 국보급 문화재를 이렇게나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놀랐다. 청자를 좋아하던 아버지와 달리 이건희 회장은 백자에 조예가 깊고 좋아한다.



해외뉴스에서 벼룩시장이나 고서가에서 오래된 보물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청자백자죽문각병' 역시 금속유물에 대해 조예가 깊은 분이 시청 앞 골동품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물건이라고 한다. 청자보다 엄청 낮은 가격으로 매겨진 이 백자가 삼성에 인수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나름 박물관, 미술관 나들이를 종종 하는 편인데도 아직까지 우리의 빼어난 조경미가 완벽하게 담겨진 정원을 가진 호암미술관을 가보지 못했다. 책에 담겨진 호암미술관의 전경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아름답다.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 인해 탄생한 호암미술관을 주말 나들이 코스로 적극 권한 저자로 인해 꽃이 예쁘게 피는 봄에 동생이랑 나들이 가 볼 생각이다.



중국과 정식으로 국교를 맺은 해는 1992년이다.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며 저자는 중국 국보전을 성사시킨다. 자금성 박물관을 찾아 그를 실험하는 중국인들에게 자신의 장기 한문 글씨체를 통해 그들의 호의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영국 빅토리아 앤드앨버트 V&A 박물관에 갔을 때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실을 보잘 것 없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미국의 다양한 박물관에 자극을 받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삼성미술관 리옴이 국내 박물관의 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그만큼 그의 열정이 온전히 담겨진 삼성미술관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깊다.


미술품을 종종 보러 가지만 제대로 보는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보는 만큼 미술품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만 쉽지 않다. 관심이 있기에 더 자주 미술관, 박물관을 찾을 생각이다. 


돈이 많아 돈이 되는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는데 책을 보며 삼성가의 두 회장이 미술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귀중한 미술품을 모으고 있는데 앞으로 리옴, 호암미술관에 어떤 예술작품들이 더 들어설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