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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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우체국'은 제목부터 달콤함이 느껴지는 황경신 작가의 에세이다. 초콜릿 우체국에는 한뼘이야기란 다른 이름을 가졌는데 짧은 이야기들을 담아 이야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시간이 가는 것을 계절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짧은 이야기들은 사계절이 가진 이미지와 잘 맞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첫 번째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하는 코끼리를 위해 나란 인물과 동물들이 합심하여 배를 만들어 북쪽으로 보내 코끼리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나같이 인상 깊다. 어른의 말을 믿고 수없이 실망을 했기에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어린 아이를 외면하는 이야기, 한 곳에 정착해서 사록 싶은 여자로 인해 단편소설 속의 장소로 떠나고 싶어하는 남자가 어쩔 수 없이 정착해야 했던 이야기, 날씨를 파는 인물에게 이별의 아픔으로 인해 이별한 날의 날씨를 주문해야하는 여자 이야기, 인간이 가진 비극을 맞고자 질투심을 없애기 위한 모임을 하는 천사이야기,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이 흘린 백원짜리 동전을 우연히 갖게 된 남자가 행운과 불행이 반복되어 일어나게 만드는 마법의 동전을 동전전화 박스에 놓아두게 된 이야기, 눈물이 날 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갖게 된 이야기, 마법의 왼손 장갑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 너무나 완벽하게 자신을 모든 것을 해주는 룸메이트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점차 멀어져 가는 이야기 등등 조금은 엉뚱한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자꾸 삶을, 기억을,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긴 여운을 남긴다.


"물건에도 어떤 기억이 머물러 있는 거야. 네가 그걸 오래 간직했다면 그 물건은 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러니 그 물건을 함부로 버린다는 건 너의 기억 중 일부를 함부로 버린다는 거야. 너는 영원히 그 기억을 상실하게 되는 거고, 좋은 일은 아니잖아?"    -p56-



오랜 된 자신의 세발자전거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 칠 년에 한 번에 열리는 세발자전거 축제를 떠나는 자전거와의 이야기는 아주 짧은 판타지 이야기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릴 때 믿었던 황당한 이야기들이 더 이상 현실 속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동전 하나의 이야기처럼 살다보면 별다른 생각없이 한 선택으로 생각지도 못한 순간과 맞닥들이게 된다. 그것이 인생을 크게 좌우하는 일이라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있기 때문이다. 허나 삶을 돌아보았을 때 노력으로 얻어진 삶이 더 나은 삶이 아닐까 싶다.




어린시절 세상의 죽음을 데리고 나타난 달의 유령에 대한 이야기는 쓸쓸함이 확 밀려온다. 절망스럽고 불만스러워 화가 나지만 그럼에도 뜨거운 가슴을 느끼며 충분히 가슴이 뜨겁고 아름답다.



살다보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추억의 에너지에는 스물세 살의 그와 내가 만나 함께했던 시간과 공간속에 있게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함께했던 사람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살아갈 힘을 준다.



달콤한 인생에는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인 고3 학생이 졸업을 거부하는데 그녀를 설득해야 하는 요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착한 아이, 나쁜 아이에 대한 생각은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는 견해다. 어린애가 어른 같은 것은 싫지만 반듯하고 예의 바른 아이였으면 바란다. 아이가 아이 같다는 것은 서툴다는 것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볼 때 괜찮은 아이가 착한 아이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인 '초콜릿 우체국'은 지나 간 시간을 함께 한 특별한 사람에게 초콜릿을 보내는 이야기다. 함께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의 마음이 공감이 간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다. 그러기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며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보내고 싶다.


이야기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몽환적이란 느낌을 받는다. 짧은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책장을 술술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강렬함을 갖고 있다. 환상적인 이야기에 빠져 마음에 따뜻해진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고 인상 깊은 글귀가 많아 여운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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