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여행중독 - 여행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기록
문상건 글.사진 / 더블:엔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평소에 TV이를 즐겨보지 않지만 본방 사수하는 프로그램 하나가 있고 찾아서 보는 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 찾아서 보는 프로그램이 '걸어서 세계속으로'란 여행 전문 프로그램이다. 늘 여행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고 언제나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허나 삶이 늘 그렇듯 국내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은 쉽게 떠날 수 없다. 해외여행은 크게 마음먹고 최소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하거나 나 같은 경우는 옆지기의 허락을 받아야 떠날 수 있기에 서너 달 전부터 옆지기의 눈치를 보고 기분 좋을 때 허락을 받으면 비행기 표부터 알아본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란 것을 여행을 떠나면서 알게 되었기에 항상 여행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살고 있다. '소소하게, 여행중독'는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지의 만남에 대해 담담하지만 인상 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소소하게, 여행중독'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뜻 선택하는 여행지가 아니다.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는 나라 이름만 들어도 느껴지는 이미지가 유럽의 여행지와는 다르고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로 알고 있지만 자유여행보다는 싼 가격의 패키지여행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책에 담겨진 나라 중 내가 여행한 나라는 '인도' 하나다. 나의 생애 첫 배낭여행이고 아들과의 첫 여행을 떠난 곳이 인도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이 여행지의 안 좋은 기억들은 희미해지고 아련하고 좋은 기억만이 남는다는 말을 인도를 떠올릴 때 마다 느낀다. 인도에 대한 안 좋은 뉴스들이 간혹 접하는 사람들은 인도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괜찮으냐는 말을 나 역시 들었다. 허나 막상 떠난 인도는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나라란 생각이 들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많은 릭샤가 뒤엉켜 있는 도로지만 사고 한 번 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 나름의 양보와 질서가 숨어 있는데 낯선 이방인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한 달이란 시간을 인도에서 보낸 나는 거리에 널려 있던 소와 소똥, 이름도 모르는 낯선 곤충들, 더위로 5kg 빠지는 등 여러가지로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인도는 다시 떠나고 싶은 나라다. 순박하게 웃으며 시원한 얼음 하나를 더 넣어주던 바라나시의 짜이 총각, 끝이 보이지 않는 판공초의 아름다운 호수에서의 추웠던 하룻밤, 인도인지 작은 유럽인지 모를 정도로 외국인이 넘쳐나던 작은 유럽 마날리, 화장터의 시체 타는 냄새와 온갖 오물이 넘쳐나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입이 떡 벌어지게 멋있다는 말이 부족했던 타지마할과 붉은 성, 달라이 라마의 연설을 듣고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던 맥간, 수도 델리 등 인도에서의 시간은 나와 내 아들을 성숙하게 했던 여행지다. 나의 이런 좋은 기억과 달리 더럽고 바가지 쓰고, 불친절을 더 기억하는 아들의 기억이 엇갈리지만 그럼에도 다시 또 아들과의 두 번째 인도 여행을 꿈꾸고 있을 정도로 인도는 매력적인 나라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인도의 모습을 한 걸음 더 가까이서 느끼게 해준 소소하게, 여행중독... 책으로 만나는 인도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여행은 늘 예상치 못한 만남과의 연속이다. 오토바이로 인해 감정이 상했지만 오토바이키로 인해 화해를 한 이야기나 자신이 만든 컵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은 공짜로 주려고하고 여행자는 그 컵에 대한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 둘 사이에 벌이는 이런 소소한 다툼?은 여행을 즐겁게 한다. 저자가 구입한 물건들은 여행내내 저자와 함께했고 다시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가 본 인도 말고 파키스탄은 저자의 글처럼 왠지 무섭게 느껴지는데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우리보다 훨씬 더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란 책을 읽을수록 더 느껴진다. 요즘들어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라마단 기간을 피해서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슬람은 그들이 믿는 종교고 문화고 생활이란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여행지에서 아프면 그것만큼 여행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없다. 컨디션이 좋았는데 갑자기 아프고 일주일 후 체력을 필수인 인도로 떠나기에 과감히 숙소를 바꿔 체력을 충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쉽게 좋은 숙소로 바뀌기 힘들다. 돌아올 때도 다시 또 방콕에서 아팠다니... 방콕은 그에게 여행을 위한 마음을 다잡는 곳이기도 하고 다시 현실과 마주할 시간을 갖게 하는 특별한 나라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6개월 동안 여섯 나라를 여행했다고 하는데 책에는 인도, 파키스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가 여행지로서 좋은 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높은 여행비용을 생각했을 때 부담이 되는 나라란 생각이 드는데 힘든 만큼 남다른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처럼 회사에 사표를 낼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전해지는 책이다.


여행은 늘 예측하지 못한 일들과의 만남이다. 사람이든, 건축물이든, 동식물이든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와의 만남은 여행에서 이루어진다. 저자처럼 나도 여행이 고픈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좀 더 편하고 좋은 여행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더 늦기 전에 힘들지만 순수한 웃음만으로도 행복함을 안겨주는 여행지를 선택해 여행을 떠날 볼 생각이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여행이야기에 빠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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