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오노 후유미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표지가 인상적인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이 책의 저자 오노 휴우미는 판타지 소설로 인기가 높은 '십이국기 시리즈'의 작가다. 개인적으로 십이국기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판타지 소설이 아닌 기담집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어떨지 무척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은 총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래된 집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뒷목이 섬뜩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면에 묘하게 쓸쓸한 복잡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단편들이 재밌다.


첫 번째 이야기 뒤뜰에서... 평소에 연락도 나누지 않고 지내던 큰고모가 유언으로 남기신 집으로 이사한 쇼코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생긴다. 안뜰에 귀신이 산다는 어릴 적 기억이 남아 있는데 안뜰 복도의 서랍장 위 미닫이 문이 자꾸만 살짝 열려 있다. 그 곳은 텅 빈 방이다. 모순되고 오싹한 방을 봉새하기로 결정하는데... 기현상을 알아보는 목수 오바나를 통해 방에 살고 있는 정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천장 위에... 무사 집안의 며느리로 시부모, 남편에게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살았지만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낸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예전까지 않다. 자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신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고치다가 천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왓장이 하나 발견하는데...


방울 소리... 비가 내리는 날에만 기모노를 차려 입은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가 나타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비 오는 날에 들리는 방울 소리가 들린다.

 

이형(異形)의 사람... 소녀 마나카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이사를 한 것이 속상하다. 헌데 불당에 낯선 할아버지가 자꾸 나타난다. 갈수록 알 수 없는 할아버지로 인해 마나카는 무서움은 극에 달한다. 허나 할아버지가 가진 사연은 너무나 안타깝다.


만조의 우물... 마리코는 결혼과 함께 오십 년이나 된 고택에서 살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한창 정원 가꾸기에 열중이다. 그는 한 쪽에 방치된 우물을 새 단장을 하려고 우물 옆 사당을 없앤다. 새로 보수한 우물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나 깨끗하다. 마리코는 신이 난 남편이 펌프질을 하자 물과 함께 무엇인가 튀어 나온 듯 느껴진다. 이후 식물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우리 밖...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는 오래된 이 성 아래 마을 낡은 주택에 살게 된 마미는 이혼녀다.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그녀는 낡은 자동차를 하나 샀다. 차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고 있다는 딸아이와 말에 놀라운데 차고에는 무엇인가 있다. 간담이 써늘해지는 공포심보다 가엾고 안쓰러운 가녀린 목소리에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집에 문제가 있으면 사람에게 해롭습니다. 집은 본래 사람을 지키고 포용해주는 장소니까요."    -p266- 


사람에게 집은 안식처다. 좋아하는 여행을 떠난 사람도 떠나도 집이 최고란 말을 누구나 할 정도로 집은 마음의 안식처로 자신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공간이다. 책에 나온 여섯 편의 이야기 속 오래된 이 성 아래 마을의 집들은 우리네 시골 풍경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집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처럼 집도 나이를 먹는데 낡고 오래된 집들과 그 속에 함께 살고 있던 알 수 없는 정체들의 기이하고 섬뜩한 이야기는 옮긴이의 말에서 말하듯이 추운 겨울에, 이불 속에서, 뜨뜻한 바닥에 엎드려, 고구마 까먹음 읽으면 딱이란 표현에 공감한다. 나 역시 다시 추워진 날에 전기장판 위에 앉아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과자를 옆에 두고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다. 기담집이 가진 재미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가졌기에 저자의 다음 기담집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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