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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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브라질에서 서식하는 모기로 인해 '소두증 바이러스'가 전 세계 임산부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기형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큰데 선천성 기형 소두증 바이러스는 브라질 여행 자제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해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낯선 질병들은 완전히 퇴치하는 약은 더디게 발명되고 있어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비채에서 나온 제인 로저스의 '제시 램의 선택'은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엄청난 재앙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미래에는 지구에 인류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스토리는 한 남자에 의해 감금되어 있는 제시 램이 탈출을 꿈꾸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시작한다. 모체사망증후군 MDS가 급속도로 번져 간다. 제시는 MDS에 걸린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그들의 죽음에 처음에는 냉담하게 반응한다. 학교 친구의 죽음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냉담하게 반응했던 제시의 태도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인공 수정 전문 병원의 배아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는 MDS가 퇴치할 수 있는 길은 과학자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MDS는 아이를 임신한 엄마의 두뇌가 파괴되어 죽음을 맞는다.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 엄마의 죽음... 당장 이 질병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다. 희망적이라고 여겼던 방법 역시 여의치 않자 미래 인류를 위해서는 엄마의 죽음을 감수하고 인공적으로 아이를 얻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한다. 제시는 이모를 통해 진지하게 MDS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독서를 즐기는 남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아내는 끊임없이 다툼이 이어지고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아빠가 나가자 제시는 불안하다. 가장 친한 친구는 남자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다 생각지도 당하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결국 제시와도 대립관계에 놓인다. 남자친구와의 어긋난 관계를 유발했던 여자는 제시와 같은 잠자는 미녀가 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하지만 남자친구는 제시가 선택한 행동에 분노하여 끝이 난다. 제시 주변을 감싸고 있는 불안한 분위기는 제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두고 결국 제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선택을 하기로 한다. 누구보다 제시의 선택에 힘을 실어 줄 것 같은 아빠는 엄마와 함께 강력 반대한다.  

 

 

연일 뉴스를 통해 들리는 세계의 모습을 볼 때 미래 사회가 유토피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디스토피아의 세상에서 내 아이가 사는 것은 원치 않는다. MDS와 같은 섬뜩하고 무서운 병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에 빠지는 일이 생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니 MDS와 비슷한 바이러스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 가족부터 지키려고 할 것이다. 당연하다. 제시처럼 나란 존재를 뛰어 넘어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아빠가 자신의 가족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말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도 그럴 거 같기에...


열여섯 소녀를 통해 만나는 SF소설이 독특하고 흥미로우며 책장이 술술 넘어가며 재미 또한 크다. 어른들에 의해 기후, 동식물, 사람 등에게 생긴 고통이지만 모른척하지 않고 세계가 가진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청소년들의 모습에 비해 어른들은 현재의 문제에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선택이 다르지만 무엇인가 하려는 제시와 제시의 친구들이 있어 미래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가 가진 무거움에 비해 스토리를 읽기 쉽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즐겁게 다가 온 '제시 램의 선택'... 어른보다 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가진 제시에게 빠져 즐겁다. 책을 놓고 난 후에도 자꾸만 제시의 마지막 모습이 연상이 되고 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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