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제니 페이건 지음, 이예원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자신의 모든 것이 다 보이는 생활공간에 산다는 것은 악몽이다.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강렬한 문구를 담은 제니 페이건의 '파놉티콘'.... 200여 년 전에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원형 감옥을 일컫는 말로 24시간 보이지 않는 상대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소녀 아나이스 핸드릭스를 통해 탈출구 없는 감옥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소녀의 고통스런 상처투성이 성장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경찰에게 잡혀 끌려가는 와중에도 아나이스는 자유로운 생각으로 가득하다. 열두 살 이후 한 번도 좋은 시간을 가진 적 없었던 아나이스는 다시 또 힘든 시간을 보낼 거란 생각이 든다. 아나이스가 생활하게 될 '파놉티콘'... 예전에는 정신병원이었던 이곳의 분위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아이와 어울려야하는지 단숨에 파악한다.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인식하고 감시자들이 눈길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나이스는 극도로 예민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다. 아나이스는 삐딱함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솔직히 착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문제 소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거침없이 내뱉는 험악한 말, 폭력, 남자, 온갖 마약류 등을 흡입하며 거친 모습을 보인다. 아나이스에게 목을 맨 남자친구는 수시로 아나이스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일삼는다. 남자친구를 무심히 모른 척 외면하지 못하는 점에는 아나이스가 가진 환경적 요소가 크다. 자신을 낳은 부모님을 모르기에 생일 게임을 통해 자신의 출생부터 시작해서 부모님, 형제자매 대한 끊임없는 상상을 반복한다. 아나이스는 언젠가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자신은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아나이스의 모습이 안쓰러운 마음이 크게 작용하지만 그럼에도 아나이스의 모습이 쉽게 이해가 된다고 말하기 힘들다. 아나이스 인생의 기점이 된 테레사가 아나이스 곁에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이야기가 주는 무거운 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끼기 쉽지만 현실이 가진 추악함을 포장하지 않고 보여주는 아나이스의 모습을 통해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아나이스는 물론이고 파놉티콘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불량학생을 연상시킨다. 요즘 학생들은 어른들도 쉽게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무섭다. 우리나라가 마약류에 엄격한 규제를 가지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나온다. 불편함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이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사회기준을 가지고 있고 아나이스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앵거스와 조앤 같은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파놉티콘에서는 아나이스의 삶은 행복할 수 없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파리로 탈출을 감행하는데 아나이스의 바람처럼 파리에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나이스는 착한 아이는 아니다. 아나이스의 모습이 너무나 강렬해 쉽게 잊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아나이스의 모습에는 저자가 직접 다양한 수용시설을 찾아다니면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어 아나이스를 더 사실감 있게 그려냈으며 어른들의 의해 움직이는 사회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이 영화화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어떤 영화로 나올지... 아나이스는 착한 아이가 아니고 거칠고 위태로운 모습이 너무나 강렬해 쉽게 잊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주인공이 누가 될지 궁금해질 정도다. 아나이스의 내면을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는데 옮긴이의 글을 통해 아나이스의 모습이 가진 아프고 거친 이미지가 저자의 의도를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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