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과 철학하기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 철학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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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살이란 너무나 이른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불멸의 싱어송라이터 '故 김광석'... 올해가 추모 20주기라고 알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많다. 김광석의 노래만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그를 추모하는 가수들은 계속해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김광석의 노래하는 가슴 깊은 울림이 있다. 그를 가르쳐 노래하는 철학자란 수식어가 붙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광석과 철학하기'는 서울대 교수 김광식 님이 이미 KBS <TV 특강>, MBC 라디오,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높은 인기를 얻었을 정도로 화제를 일으킨 강의인데 TV이를 즐겨보지 못한 탓에 모르고 있다가 책을 통해 만났다. 책을 읽으며 TV 강의도 들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를 통해 우리들이 느끼는 인생의 상처, 아픔, 고통, 사랑 등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인데 너무나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랫말이 이토록 심오한 의미를 지녔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슬픔으로 슬픔을, 생각으로 생각을 치유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김광석과 에피쿠로스 두 사람을 믿고서 책을 쓴다고 밝히고 있다. 노래와 철학은 씨줄과 날줄처럼 감성과 이성으로 노래는 감성으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철학은 이성으로 아픔 마음을 헤아려준다.  -p6-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노래와 철학을 별개로 느끼던 나 같은 사람도 노래가 깔린 철학적인 이야기를 마음이 따뜻해지고 괜찮다는 위로를 얻게 된다.  

 

 

김광석의 대표곡 12곡이 담겨져 있다. 노래 한 곡마다 노래 가사 속에 담겨진 철학적 이야기와 이와 연관성이 있는 철학자의 심오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살면서 누구나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 같다. 실제 고민을 갖고 있던 상담한 내용, 책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그들이 가진 고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해야하는지 알려 준다.

 

 

김광석을 노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여러 개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거리에서'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렇다. 거리에서는 부르는 순간부터 쓸쓸함, 외로움, 슬픔 감정이 함께 온다. 노래에 담겨진 행복의 철학은 어디에 매여 있지 않은 꿈결의 철학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의 철학을 통해 행복을 이야기한다. '덧없음'이 중용 철학의 핵심인데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중용의 철학의 덧없음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란 말이 나온 배경에는 물질적 요소가 크다. 사랑이 밑바탕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알지만 돈 없이 사랑만 먹고 사는 것보다 풍요하게 조금 덜 사랑하며 사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갖기 위해 자신보다 덜 가진 사람의 몫을 탐한다. 명예, 권력 등 역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행복은 수단이며 목적이 되어야 한다. 얻는 것이 행복하고 잃는 것이 불행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사는 게 행복한 삶이다.

 

 

좋은 가사를 가졌지만 다른 노래에 비해 '나무'는 가사자체도 가물거릴 정도로 잘 부르지 않는다.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의 철학은 부동심이다. 살면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정적이지만 즐거움의 철학으로 에피쿠로스의 '쾌락의 철학'을 통해 알 수 있다. 너무나 상반되게 느껴지는 부동심과 쾌락... 허나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부동심, 이다락시아에 바탕을 두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물질적, 감각적 즐거움을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의 외침 '카르페디엠'이다. 자신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물질적, 감각적의 쾌락도 괜찮다. 감정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남녀의 사랑보다 우정을 더 추구하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 나무는 자신을 찾는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지만 찾지 않아도 상관없다. 조용히 즐기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슬픈 노래'에 담겨진 어린아이의 철학.... 어른아이란 말이 유행이 될 정도로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속에 어린아이 한 명은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어린아이는 니체의 초인의 철학이다.


중년의 어른이 되니 어릴 때가 좋은 때라는 어른들의 말이 가슴에 팍팍 와 닿는다. 행복의 조건이 많지 않은 것이 어린아이다. 헌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어른 뺨치게 어른의 축소판인 아이들이 꽤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일요일이 되면 본방사수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들의 고군분투도 흥미롭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좋아한다. 어른이 만들어 놓은 생활습관을 잘 따르는 아이를 보며 참 착하구나, 부모님은 좋겠다란 생각을 했는데 이것이 옳은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어린아이가 예쁜 것은 아니지만 어른들의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진 아이는 정말 행복할까? 의문이 든다. 어른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없는지.... 어른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가 갖고 있는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어른이 아니라 관습, 어른들의 틀 안에 아이를 가두는 어른인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여러 가수들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부른 것으로 안다. 가슴이 먹먹하게 만드는 가사다. 절제와 질서를 담고 있는 헤겔의 넥타이 철학을 담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지만 상처받는 사람 없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가족공동체가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다. 나폴레옹, 영화 마더, 심청전, 엄마를 부탁해 등을 예로 들어 인간의 윤리를 들여다본다.


나도 이 노래를 좋아한다. 부모님... 특히 엄마는 남다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머니의 희긋한 머리칼을 보며 인생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부가 최고라고 한다. 등 긁어 줄 부부만한 사람이 없다는데 인생 100세 시대가 되고 이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면서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부부처럼 죽음을 함께하는 부부가 얼마나 될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산 여자가 혼자서 떠나는 모습이 가슴 먹먹하게 느껴진다.


노래를 통해 우리의 삶을 철학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철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없애버리기에 충분하다. 11곡의 가사와 연관된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철학이야기에 마지막 '말하지 않은 내사랑'에서는 저자의 몸의 철학인 인지문화철학으로 풀어낸다. 생물학, 과학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몸에 밴 행동 방식으로 굳어버린 '앎'을 동성애, 투표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많은 의식 변화가 있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동성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미숙한 인식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투표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김광석과 철학하기'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다. 평소에 철학을 어렵게만 느끼는 나 같은 사람도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에 평소 철학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김광석의 노래가 나와 함께 했다. 해마다 경제가 좋아지기는커녕 더 어렵다는 사람들만 늘고 있다. 오늘 우리가 가진 고민, 아픔, 상처, 갈등을 나이를 떠나 들여다보고 나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꿈꿀 수 있는 사람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 이룰 수 있는 꿈이건, 이루지 못할 꿈이건 꿈을 꿀 수 있다는 자체만으롣 우린 행복합니다. 꿈을 꾸는 사람의 얼굴, 저는 그 얼굴이 되고 싶습니다."  -故 김광석,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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