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
박초초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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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장 뼈아픈 아픔을 안겨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을 다룬 '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 박초초 작가의 데뷔작으로 시대가 가진 무거움을 차분하고 여성스런 한마디로 참한 여인을 대표하는 '연혜'란 여성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배우로 자신감 넘치고 자기중심적인 카페의 꽃으로 남성들의 추앙을 받고 사는 '에런'으로 인생, 사랑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낸 소설이다.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여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본 본토가 아닌 조선에 근무하고 싶었던 교이치는 원하지 않지만 자신을 향해 은근한 눈빛을 보내는 사촌 사치코와 헤어져 고급 카페에서 한 여자를 찾는다. 카페에서 에렌으로 그녀를 보기위해 오는 남자들의 요구에 당당하고 시크하게 대처하는 여자다. 에런은 교이치의 눈빛에서 자신을 향한 다른 남자와 다름을 느낀다.


"정말 속지 말라고요. 순진한 요부는, 고도의 연기를 하는 배우니까. 천사의 여자가 아니라, 죽어도 모를 여자예요."   - p49-




조선 총독부가 개편한 유학연구소에 근무하는 영방은 새로 들어올 조교를 뽑는 과정에서 한 여인에게 꽂힌다. 학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연혜'를 보고 그녀를 뽑는다. 연혜는 세련된 옷차림을 한 참한 여자다. 함께 근무하는 신임을 두텁게 받을 정도로 연혜는 여자로 보면 완벽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연혜를 보는 영방은 점점 그녀를 향한 마음이 커져만 간다.


일본은 승승장구하며 만주까지 전투를 확대해 가는 가운데 교이치는 걱정이 생긴다. 에렌.. 아니 혜련이 가진 비밀을 알고 있기에 교이치는 혜련에게 더 득이 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만 생각한다.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에 대답하지 않는 혜련의 모습을 보고 교이치는 영방을 찾아가기에 이르는데...


전쟁은 여자와 아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남긴다. 연혜, 혜련, 에렌... 다양한 이름으로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자의 운명은 힘이 없는 나라의 백성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갖은 고통의 근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이치는 그녀를 더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교이치, 영방이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이 세상에 별 일이 다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두 남자의 모습은...


일본이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면서 두 남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선택한다. 그들이 선택한 방식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어린 소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각기 자신의 방식대로 인생을 살고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한때 사촌 오빠에 대한 연정을 품었던 사이코, 어려울 때 손 내밀어 준 연혜에게 동료애를 가진 미스 고, 에렌을 향한 과도한 집착을 품고 사는 남자 봉수, 봉수의 누이로 사랑에 목숨을 거는 여자 봉희,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구두닦이 된 소년 등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는 시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본 '모던 보이'와 '아내가 결혼했다'가 자꾸 연상이 된다.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괜찮다. 박초초란 혜성 같은 신예 작가의 등장이 반가운 작품으로 다음에 나올 그녀의 책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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