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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 원재훈 독서고백
원재훈 지음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시인이 들려주는 독서는 어떤 이야기일지... 사색하는 시인 원재훈의 내밀하고 진실한 '독서고백'이란 이름을 내세운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는 저자는 진솔하고 은밀한 쓸쓸하고 상처 입은 이야기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자신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책과 함께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저자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은 나도 읽은 책이지만 내가 읽었을 때 느꼈던 감상보다 더 깊이 있게 다양한 책들을 읽은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독서에세이다.

이솝우화를 읽지 않고 성장한 어른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솝우화들이 많은데 책에 소개된 '항아리들'을 통해 고대 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가 고대 그리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문학의 원형으로 문학이 주는 최고의 처세술이란 말로 이솝우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가볍게 읽는 책으로만 여겼던 이솝우화가 가진 문학작품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어릴 적에 읽고 다시 읽지 않은 이솝우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단테의 '신곡'은 너무나 유명하다. 지옥, 연옥, 천국 3부로 이루어진 이야기 중에서 책에는 '지옥'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는 죽음 이후의 세계는 사실 없다고 믿고 있지만 진짜 내가 믿지 않는 세상이 존재한다면... 지옥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지옥을 믿고 있지만 죽음 넘어의 지옥이란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에서 지옥을 본다고 말한다.
분노와 복수, 욕망과 타락이 만연한 이 세상은 지옥입니다. 그래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들이 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p63-

캐럴이 거리에서 사라지면서 예전처럼 크리스마스를 느끼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나 역시도 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캐럴을 두세 번도 못 들은 거 같다. 예전과 같지 않은 크리스마스지만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스크루지 할아버지 앞에 나타난 유령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스크루지 할아버지의 변화를 요즘 사람들은 갖게 될까? 당장 나부터도 선뜻 말하기 어렵다. 스크루지 할아버지처럼 지독한 구두쇠가 아니란 변명을 내 놓지만 사는 것에 바빠 내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는데 인색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자신을 행복한 왕자라고 소개한 동상...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이 난다.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직장, 높은 연봉 같은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베푸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지려고 적은 것을 가진 자의 몫까지 뺏으려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본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져 할 나눔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고흐'다. 고흐처럼 드라마틱한 화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고흐가 동생 테호와 주고받은 편지를 비롯해 여러 인물과의 편지를 담은 '고흐의 편지'에서 위대한 예술가 고흐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흐의 편지를 읽어보지 못했기에 책에 관심이 생기는데 고흐의 생애를 다룬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열정의 랩소디'란 영화를 추천하니 꼭 찾아서 볼 생각이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남편을 대신해 참석한 행사에서 한 남자와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당당히 시아버지, 남편이 보는 앞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와 함께 떠난 여자... 그녀의 이런 선택이 용기 있다고 말해야 할지 아님 무모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산다고 행복만 있지 못하다. 여자와 남자 역시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헤어진다. 허나 그들에게는 여전히 상대한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산다. 재회부분을 천천히 읽으라는 저자의 말을 보며 통속적인 사랑소설이지만 그 깊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읽기에 따라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 속에 담겨진 사랑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냥 한 번 보기에는 아까운 책이지요.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천천히 읽고 때때로 다시 펴본다면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할 겁니다. -p401-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송어낚시가 난해한 소설이라고 말한다. 허나 저자는 묘한 매력을 품고 있는 책으로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천천히 곱씹어서 읽으면 책 읽는 즐거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문학이란 언어의 화석입니다. 문자가 인쇄가 되는 순간 그건 고생물처럼 화석으로 남게 됩니다. 그럼 강은 어떨까요? 언제나 흐르고 있는 강은 문자로 쓰이기 전까지는 화석으로 남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말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다가오는 미래의 화석을 만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브라우티건의 소설은 이야기의 구조가 물고기의 가시 같기도 하고, 메머드의 뼈다귀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p397-

사랑하는 사람과 별다른 탈 없이 한 평생 살다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아내보다 30분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 남편이 죽음을 맞는다. 나이가 있기에 죽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자는 아직 남편을 보내고 싶지 않다. 죽은 남편을 옆에 두고 가슴속에 간직한 비밀을 털어놓는 이야기 '쥘과의 하루'... 언젠가 뉴스를 통해 죽은 남편을 방에 두고 함께 산 엄마와 자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도 저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는데 쥘과의 하루를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다 읽은 한 마디는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책을 사러 나가고 싶어진다. 당장 서점으로 가기 힘들기에 인터넷 서점으로 책을 검색하게 된다.
'상처받을지라저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를 읽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과 그것을 기록하는 방식에 내가 얼마나 서툴렀는지 새삼 느낀다. 책을 좋아한다는 생각과 보고 싶은 책이 많기에 시간나는대로 열심히 읽는 것에 중점을 두고 책을 읽는 편인데 책을 제대로 읽으며 더 깊이 있게 생각하는 방식을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를 통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