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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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담백하지만 읽을수록 마음을 사로잡는 강세형 작가의 '나를, 의심한다'... 이미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를 통해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인데 난 이제서야 알게 된 작가다. 아니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책으로 접하기는 처음이다. 이제야 책을 읽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글에 빠져들었던 책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허나 순간순간 내가 정말 어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생활이, 환경이 나를 옹졸하게 만들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 역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잠재되어 있다.


강세형 작가와 친구는 20대의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도 말한다. 불안정하고 서투르며 열정이 가득했던 20대는 분명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은 맞다. 나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만큼 실수도 많이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던 시기였던 거 같다. 그럼에도 한 번씩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면 20살로 돌아가고 싶다.    

 

 

"뭘 가장 좋아하세요?"   -p89-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바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까? 적을까? 저자는 선택장애를 갖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난 여행을 생각하며 최고의 여행을 떠올리는 저자를 보며 나의 최고의 여행은 어디일까?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된다. 아들과 함께한 여행이 처음이고 그것도 배낭여행이 처음이었던 인도, 아님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아들과의 두 번째 자유여행 서유럽,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처음 떠난 일본 자유여행, 세 자매가 의기투합하여 짧지만 알차게 보낸 제주도여행 등 별로 많은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다닌 여행지 중 한 곳을 꼽으라면 어디로 정해야할까? 고민을 잠시 해본다.


여행을 생각하면 항상 설렌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가장 크지만 여행지를 밟으며 느끼는 느낌 또한 너무 좋다. 여행지를 풍족하고 여유롭게 다닌 적은 드물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자체만으로 설레고 기대된다.

 

 

인상적인 글이었다.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기억하는 남자와 그런 그를 이해하며 글로 답하는 여자... 서로가 택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지만 짜증스럽게 툭 내던진 말에서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곁을 사람들의 마음을 남자가 몰랐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여자라 편안함이 주는 관계에서 실수를 한 것이라 믿고 싶다. 말이 주는 상처의 깊이를 돌아보게 해주는 글이라 인상 깊었다.


위의 글 말고도 엄마에게 버려진 존재에 대한 물음을 지닌 여자와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의 안타까운 이별 이야기, 복숭아를 먹고 키스하고 싶은 여자 이야기, 하루에 꼭 30분만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여자의 절실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는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기에 그 마음이 공감이 간다. 29살에 죽는다는 남자, 자기 시대의 작가를 인정하기 싫은 이야기, 2kg 밖에 안 되는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받았던 저자의 이야기 등등 사실과 허구, 진짜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가 교묘하게 책에 담겨져 있는데 화려한 미사어구는 없지만 담백하고 소박하게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듯 잔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어릴 때는 스물, 서른 살은 너무나 먼 나이인 줄 알았다. 서른을 넘어 마흔이 되었을 때 중년이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씁쓸했던 시간도 있었다. 계속해서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여전히 저자처럼 나도 불안전한 어른이다. '나를, 의심한다'는 이렇듯 여전히 인생 전반에 있어 불안하고 조급한 어른들에게 누구나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 괜찮다는 말을 건네주는 거 같다.


어른으로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작가의 책은 처음이지만 섬세하고 감성 있는 담백한 글에 매료되었기에 앞의 두 권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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