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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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기억하는데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속에는 사람과 자신이 속했던 공간이 가장 큰 영향을 둔다고 생각한다. 알랭 레몽의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잊을 수만 있다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자신을 포함 가족들의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했던 '집'이 이제는 다른 사람의 집이란 것을 다시 떠올리는 이야기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다.


저자가 태어나서 아주 조금 지낸 집에서는 온 가족이 다 방한칸에 지내도 좋았다. 그 바탕에는 서로를 사랑하는 부모님이 중심에 있어서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가족은 전쟁 난민 자격으로 방이 세 개나 되는 목조 건물로 이사를 한다. 새로운 집에서 화자의 동생들이 태어나고 그들에게 진짜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랑의 집에서 소중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트랑의 집에서 더 이상 엄마, 아빠가 예전처럼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남녀가 만나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마음일 것이다. 그 마음이 끝이 났을 때... 알코올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에 엄마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 어떤 모습이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술에 빠져 지내는 아버지를 저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많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의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TV 이를 통해 보아왔던 생활력 강한 어머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자라 학교를 다니면서 집을 나서게 되고 저자 역시 기숙학교에 입학하며 방학 때마다 트랑에 오게 된다.


넌 지금 여기 트랑에서 사는 네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몰라서 그래. 기숙사는 너무 우울해.........  -p66-


왜 어린 시절부터 사람은 사랑하는 모든 것과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p85-


아버지, 어머니, 예민한 누이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만 하게 된다.


지적인 싸움의 즐거움과는 별도로 '내가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당연한 회의를 점점 더 강하게 느낀다.        -p187-


형제자매와 뛰어놀며 즐거운 추억과 아픔 추억을 가진 트랑에서의 이야기와 선교사가 되어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닌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로 되어 있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자신을 한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가톨릭 학교에서 배우며 알제리로 선교사로 떠난 이야기 등...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과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처럼 예민한 사람에게 전쟁을 몸으로 느끼지 않았다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그가 가진 배경으로 인게 믄학적으로 뛰어난 성장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볼 때 즐겁고 행복한 시간도 생각이 나지만 속상하고 마음 아팠던 시간이 더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살면서 자신을 지탱해 주는 것은 현재의 모습이 바탕이 된 과거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 아픔, 고통을 갖고 힘들고 지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진실한 삶을 사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지금의 내가 가장 젊을 때라는 말처럼 과거에 묶여 있기보다는 현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나와 내 가족, 지인, 친구를 아끼고 사랑하며 인생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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