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캔버스
하라다 마하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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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환상을 접목시킨 화가 앙리 루소의 남다른 화법은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몽환적이라 묘한 느낌을 준다. 나름 미술작품에 관심도 많고 시간이 될 때 미술작품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얼마 전에 아들과의 여행에서 런던, 파리의 대표 미술관, 박물관을 서너 번씩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실제로 본다는 것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앙리 루소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책에서 앙리 루소의 그림을 본 적이 있던 거 같은데 실제로 본 적은 아직 없었던 거 같다. 그만큼 우리에게 앙리 루소의 그림은 낯설면서도 신비롭게 다가온다.


하라다 마하의 책 '낙원의 캔버스'에서는 앙리 루소의 작품 '꿈'... '꿈을 꾸었다'를 둘러싼 진위를 흥미롭게 이끌어낸 책이다. 오하라 미술관 감시원으로 일하는 '오리에 하야카와'는 요즘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에 빠진다. 그녀는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미술관을 찾은 학생들 중 유달리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다. 미술관에서의 소녀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오리에는 직접 소녀에게 다가가 한 마디 하는데...


 화가를 알려면 작품을 볼 것. 몇 십 시간. 몇 백 시간을 들여 작품과 마주할 것.

 그런 의미에서 컬렉터만큼 그림과 오래 마주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

 큐레이터, 연구자, 평론가, 아무도 컬렉터의 발치에도 따라가지 못해.

 아아, 하지만...... 아니, 잠깐, 컬렉터 이상으로 명화와 마주하는 사람도 있군.

 그게 누구냐고? 미술관 감시원이야.                                                                        -p14-


미술관장의 호출을 받은 오리에는 어제 학생과의 마찰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전혀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관장은 루소의 작품에 남다른 연구 실적과 애정을 가진 '오리에'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그녀를 지목한 뉴욕 현대미술관의 치프 큐레이터 팀 브라운을 만나기를 원한다. 임신한 상태로 일본으로 돌아온 오리에는 과거의 시간을 묻어두고 살았는데 이제 과거의 시간 속 사람이 그녀를 찾는 것이다.


시간은 1983년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오리에와 팀 브라운이 루소의 그림을 갖기 위한 게임 속으로 들어간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는 당당한 치프 큐레이터지만 1983년 당시는 치프 큐레이터 톰 브라운을 도와주는 큐레이터로 일하던 팀이 많은 미술품을 수집하는 유명인의 집을 방문하여 앙리 루소의 '꿈'의 진품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루소의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 루소와 그의 사랑과 인생, 아내가 죽은 후 눈에 들어 온 한 여인, 피카소의 등장, 당대 파격적인 그림을 그린 피카소의 그림 등 미소터리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미술작품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이고 전혀 관심이 없어도 이 책을 접하는 독자라면 루소의 그림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그림이 가진 진실과 진실 속에 들어내는 인간의 이기심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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