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한 부러움이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현실적인 이유로 쉽게 떠나기 힘든 평범한 사람에게 여행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작가들을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정작 여행작가인 최갑수 님은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작가로서 지내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고 이번에 나온 신작 '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에서 이야기한다. 솔직히 최갑수 님의 책을 좋아하고 거의 다 갖고 있을 정도로 짧은 글 속에 담긴 이야기에 마음이 매료되는 독자다. 무한 애정을 갖고 있는 저자의 책이기에 더욱 관심이 갔고 읽으면서 참 좋다는 말을 반복하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인맥을 쌓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있고 실제로 이런 인맥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거나 발전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한데 나 같은 경우는 내 주변의 아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시한다. 인맥을 넓히는 것에도 크게 관심도 없다. 원하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과 섞여 있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나를 드러내지 않는 면도 있다. 저자 역시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맥을 만드는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에 피로가 누적되는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의 성향 탓에 직장에 매여 있는 것보다 여행작가인 직업이 낫다고 말한다. 최갑수 님의 여행을 글로 만날 수 있으니 그를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여기에 새해가 되면 웃음 섞인 농담 반 진담 반 하는 이야기가 로또 당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여유자금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로또 당첨을 새해 소망으로 생각하는 나처럼 저자도 돈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좋은 여행을 위해 돈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기에 조금 더 많은 돈을 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을 다해 대충 한다는 것

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ㄴ디ㅏ. 열심히 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대충한다' 고 바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충한 게 더 나은 사람도 있답니다. 저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지 않으려나요. 대충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긴 합니다만.       -p48-


참 인상적인 글귀란 생각이 든다. 대충한다는 것... 우리는 어릴때부터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거란 말을 들으며 자란 세대다. 힘에 부힐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일도 흔하다. 최갑수 님처럼 대충 하는 것이 맞고 더 나은 사람도 분명 있다. 부럽다. 대충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결코 아니기에....

 

가끔은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 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거라고."      -p166-


나의 마음에 들어온 상대에 대한 사랑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가끔씩 멈추어야 한다고... 우리는 사랑하면 하루를 멀다 하고 붙어 지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사랑하기에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고 나 역시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 허나 생활에 쫓겨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못할 때는 과부하에 걸리기 쉽다. 한 번씩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내 인생에 배경음악을 고른다면

"만나서 반갑습니다. 햄 여사. 아시다시피 우리 인생의 비극 가운데 하나는 배경음악이 없다는 거지요."   -p238-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누가 아무리 큰 숫자를 부르더라도 저는 거기에 1을 더해서 그보다 더 큰 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무한의 수를 열거하기는 불가능하답니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이조."                 -p282-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한 번씩 즐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여행은 그러면에서 꼭 필요하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내 주변 사람을 더 많이 아끼고 귀하게 여기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서두르지 말 것.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것.

비난하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 인생이 뭔가 비뚤어지고 어긋난다고 느낄 땐

낮잠을 잘 것.


여행하고 또 여행할 것.                               -p290-


사랑과 여행이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여행 역시도 한순간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발생하고 그럴 때 무척이나 행복하고 좋지만 한편으론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절제된 감성으로 풀어낸 사랑, 여행, 인생이야기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안겨준다. 가슴에 안기는 인상적인 글귀가 유독 많았던 책으로 저자의 다음 여행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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