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을 전부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슴 속 밑바닥에 꼭꼭 숨어둔 아픔을 작은 불씨 하나가 건드려 주는 것으로 견고하게 건축된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듯 예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폭스 밸리'를 통해 알게 된 독일 작가 샤를 로테링크의 '죄의 메아리'는 주인공 버지니아가 그러하다. 그녀는 어찌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인생을 살고 있다. 허나 우수에 깃든 그녀의 얼굴, 가슴 속에는 과거의 뼈아픈 실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죄책감에 시달려 살고 있다.


정계에 뜻을 두고 있는 은행가인 남편 프레데릭, 사랑스러운 어린 딸 킴과 함께 버지니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스카이 섬의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독일인 부부의 요트 충돌 사고를 듣고 자신의 집에서 잠시나마 일했던 여인이 '리비아'란 것을 알게 된다. 버지니아는 위기에 처한 사람에 대한 순수한 호의로 리바아를 찾아가 도움을 준다. 헌데 리비아의 남편 나탄이 갑자기 그녀의 집을 찾아오며 꾹꾹 고통스런 감정을 참으며 살아가던 버지니아의 인생이 한 순간에 흔들리고 만다.


버지니아의 가정이 스토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어린 소녀들에게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접근하여 호의를 베푸는 의문의 남자가 벌이는 아동성범죄가 큰 흐름을 가지고 전개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기에 버지니아가 가진 흔들림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젊고 매력적인 시절의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경제적으로 편안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성공한 남자들이 가정적이기 힘들다는 말이 있듯이 버지니아의 남편 역시 그녀가 원하는 가정적인 남편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목표를 향해 앞을 보며 나아가다보니 아내는 안 그래도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욱 고립되고 만다.


한 순간의 실수를 아이를 갖게 되었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젊은 여인은 자신과 어린 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아줄 남자를 만나기 위해 해변을 찾는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기에 어린 딸이 요구하는 놀이기구 하나조차도 제대로 태워주지 못한 상태에서 자고 있는 딸을 놓고 빵을 사러간 사이에 딸이 실종된다. 발견된 딸은 성폭행을 당하고 싸늘한 죽음을 맞았다. 세상에나 이제 겨우 네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에게 이런 끔찍한 범죄를 벌인 인물은 누구란 말인가?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한 소녀가 사라진다. 여덟 살의 소녀가 이제 겨우 눈을 뜬 이성에 대한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범인... 소녀 역시 앞의 어린이와 같은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자는 힘없는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린소녀들에게 갖게 되는 욕망을 범인이 알고 있다. 범인은 스스로의 방어막을 쳐 놓았지만 갑자기 등장한 한 소녀로 인해 허물어지고 마는 것을 보면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애초에 따로 격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자신의 아픔을 살짝 건드려 주는 것만으로 버지니아는 무너지고 만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었지만 이 또한 그녀의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로맨스와 심리 스릴러가 교묘하게 버무려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나름 재밌게 읽은 작품으로 그 어떤 수식어를 써도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인물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극도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인물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버지니아의 고통이 이해는 되지만 그녀가 만든 상황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 속도감은 좋은 소설이다. 자신조차도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있다. 하물며 같이 살고 있지만 어찌보면 남일 수 있는 부부가 상대를 100%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버지니아의 고통의 근원이 어디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식과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과 마주하는 버지니아의 모습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느껴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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