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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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뉴스를 통해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었는데 자식이 제대로 부양하지 않고 모른 체하자 다시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비슷한 소송을 다룬 이야기가 한두 번씩 나오고 있어 불과 몇 년 전과 확실히 달라진 가족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하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대표작은 '인간 희극'이지만 '고리오 영감' 역시 그의 문학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무척이나 재밌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아직은 고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면이 있지만 고리오 영감이 가진 자식만을 생각하는 지독하리 만큼 깊은 부성애는 딸바보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남긴다.


고급하숙집에 기거하는 고리오 영감은 한때는 엄청난 부를 소유했던 사람이다. 그에게는 아름답지만 허영심에 이기적인 두 딸이 있다. 일찍 아내를 여의도 자신에게 남겨진 두 딸에게 최선을 다하는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리오 영감이지만 상류층으로 시집간 딸들의 결혼은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는 모습을 갖는다.


주인공인 젊은 법학도 으젠은 친척의 사교모임에 참석했다가 이름뿐인 귀족의 신분에서 벗어나 자신을 출세 시켜 줄만한 돈 많은 부인을 만나려고 한다. 그의 눈에 띈 은행가의 아내인 뉘싱겐 남작부인 델핀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 친척의 도움을 받으려는 으젠은 어머니와 누이들의 돈까지 빌리며 출세에 눈이 멀어 있는데 델핀이 고급하숙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이란 것에 놀란다.


딸들에게 금전적으로 있는 힘껏 도와주면서도 전혀 아버지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고리오 영감... 죽음을 눈앞에 둔 상항에도 딸들은 그를 방문하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딸들이 아닌 사위들로 인해 자신이 그들에게 멀어졌다고 여기며 마음으로 딸들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지만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저주의 말을 쏟아내며 비로소 가슴 밑바닥에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 숨겨둔 진실을 말하는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애처롭다.


개인적으로 나름 재밌게 읽은 책으로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특히나 범죄자이면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보트랭이란 인물에 끌린다. 여기에 오래도록 버림받은 빅토린이 아버지와 만나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뒷이야기도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인간은 결국 따지고 보면 다 이기적인 모습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나름의 이기적인 모습이 있다. 그럼에도 고리오 영감의 두 딸.. 레스토 부인, 뉘싱겐 남작부인의 모습은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화려한 생활에 빠져 사치하고 허영심만 가득한 두 딸은 따지고보면 결국 고리오 영감이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가 가진 특수한 상항도 있겠지만 자식에게 무엇을 물러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는 책이다.


고리오 영감에 대한 의리?를 지킨 으젠은 마지막 장에서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란 표현을 쓰며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만 도전의 첫 행동으로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 뉘싱겐 부인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끝났어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소설처럼 다가오며 으젠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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