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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석원은 '보통의 존재'를 통해서 자신의 이름을 독자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킨 작가다. 자신의 아픈 이야기는 물론이고 너무나 평범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아내고 있어 참 좋았던 책이다. 작가지만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에 대해 글에 대한 믿음이 있는데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새롭게 인연을 만들어 가려는 두 남녀의 모습이 애잔하고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세상에 자신의 실패한 사랑을 이토록 담담하게 풀어내고 좋은 것인가 싶을 정도로 저자는 이야기에 당황스럽고 놀라고 그러면서도 그럴 수 있지 하는 공감도 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만남으로 인연을 맺는 두 사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애방식과는 다르다. 여자의 문자가 오면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고 여자를 만나러 간다.
저자는 한 번의 결혼을 경험이 있기에 여자를 만나는 것에 있어 소극적이다.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먼저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은 그녀지만 나름 이름을 얻고 있는 사람에다가 여자관계에서도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진행된 적이 없었는데 작가는 적잖이 당황해 하면서도 그녀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요즘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에 남녀의 만남도 쉽다는 말을 한다. 정식으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두 사람은 깊은 관계를 맺는다. 여자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예쁘게 말해주는 저자의 말에 담담하게 대하지만 속마음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항상 밀리는 저자가 딱 한 번 남자로서의 패기를 보인 날 결국 이별을 맺는다. 남자의 모습에서 잊고 싶었던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헤어진 이후 남자는 그동안 여자가 자신을 어떻게 느끼고 대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사람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얼굴에서부터 표가 난다고 한다. 허나 두 사람은 알콩달콩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근심하고 애태우는 안타까운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저자의 마음이 점점 커져가고 애틋해 갈수록 두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쓸쓸하지만 자꾸만 눈에 밟히는 문장들이 많다. 그만큼 읽을수록 예전에 내가 느낀 감정들이 생각이 난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던 것만큼 책도 좋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세계가 넓길 바란다.
내가 들여다 볼 곳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p84-
연애를 할 때
정말 좋은 상대는
같이 있을 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예요.
함께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하는 행동을 보면
그가 나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이 관계가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알 수 있지요. -p172-
어렵게 얻은 마음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너를 헝클어 놨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고 살아가리라 결심했지만
상처란 건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내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 -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