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티에리 코엔의 네 번째 작품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살았더라면'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여성적인 섬세함이 느낌이 많이 나는 책인데도 남성 작가의 작품이라 내심 놀랬던 기억이 있다.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은 자신으로 인해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남자의 복잡한 심리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흥미로운 책이다.


한 꼬마가 심리상담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년은 얼마 전에 그만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어버렸다. 그 때의 충격의 너무나 커서 소년의 심리는 불안정하다.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길을 건너려 했기에 제지하던 엄마가 그만 사고를 당한 것이다. 소년의 잘못을 나무라는 목소리에 소년은 울음을 터뜨린다. 심리 상담을 받는 곳에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소년이 가진 아픔을 느낀다. 소년이 하는 블록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만 하는 소녀... 소년이 블록을 완성하기를 바라지만 소녀의 엄마는 더 이상 심리상담가를 찾기를 원하지 않는다.


스토리는 엄마를 잃어버린 소년 노암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시절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느끼고 살고 있다. 학창시절 만난 첫사랑 소녀와의 인연도 끝이 난 상태로 주위에 여자들이 있지만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지낸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누나의 집을 방문했다가 어린 조카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게 된다. 어린시절 엄마가 자신을 부르던 애칭과 관련된 단어가 들어간 말에 너무나 충격을 받는 노암은 예전 심리상담사를 찾았다가 새로운 분을 소개받는다. 새로운 상담사의 말을 믿을 수 없지만 결국 그녀가 말한대로 노암은 예언하는 아이를 만나기 위해 움직인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진짜 있다. 자신과 함께 죽을 다섯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노암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런 노암에게 한 사람씩 알려주며 그들과 노암과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상상하게 만든다. 사실 여기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데...


반전을 기대하고 읽는 독자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노암이 가지고 있는 어린시절의 상처, 아픔, 절망감 등의 감정에 공감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를 잃으며 아빠까지 잃어버린 꼴이 되어버린 노암과 그의 누나의 힘든 시간이 상상이 되어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다.


세상에 혼자 살 수는 없다. 어린시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고해도 그것을 이겨내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만 자신이 겪어 보았기에 또 다시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혼자만의 세상에 다른 여자를 들이지 않는 노암의 모습은 그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상상만 할 뿐이다. 다행히 예언자 소녀를 통해 그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그를 사랑하는 아버지와 세상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며 이야기 등이 담담하게 서서히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노암에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완전한 비밀을 만들 수도 있는 사람이 보여주는 그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인연... 이것을 통해 진실을 가두고는 살아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매순간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새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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