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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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나를 비롯해 우리나라 독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그의 글을 좋아한다.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의 책을 내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나는 즐거움을 이번에 나온 신간 '애프터 다크'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스토리는 짧은 밤 시간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정을 4분 남겨 둔 밤 11시 56분의 시간을 스타트로 아침 6시 52분의 시간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가슴 속에 담겨진 외로움, 고독감, 다가가고 싶지만 어느 순간 멀어진 사이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의 아가씨 마리는 24시간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에 앉아 독서에 몰두해 있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그녀 곁으로 한 청년이 지나가다 뒷걸음으로 그녀의 테이블에 멈춘다. 독서를 하던 마리가 인기척을 느껴 젊은 남자를 바라보고 그는 예전에 단 한 번 만난 그녀와 그녀의 언니의 한끝 틀린 이름까지 말하며 마리와 합석한다. 처음에 남자에게 느낀 불편함도 잠시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고 헤어지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젊은 남자가 밴드 연습을 하는 건물... 러브호텔에서 일하는 여성 가와루가 마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여성을 따라 간 곳에서 보게 되는 자신과 같은 나이의 상처 입은 중국인 여성의 모습에 마리는 묘한 동질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가와루는 밤에 여자 혼자 있기에 동네가 위험하기에 마리를 자신이 아는 곳에 있을 수 있게 알려준다. 가와루는 중국인 여성이 당한 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CCTV이를 돌려보며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남자를 추적한다. 남자의 사진과 대강의 정보를 추적하여 정보를 넘기는데...


소설이 마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인가 했지만 마리를 비롯해 그녀의 언니 에리, 음악 하는 젊은 남자 다카하시, 가와루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마리와 다카하시를 통해서 듣게 되는 에리란 인물이 유달리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녀가 두 달이나 잠만 자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분명 아름다움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복이다. 농담반 진담반처럼 사람들은 다음 생에는 김태희, 송혜교, 정우성, 원빈 등과 같이 예쁘고 잘 생긴 얼굴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한다. 나 역시도 그럴 때가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의식하며 자신의 본모습을 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육방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자매지만 상대를 의식하며 서서히 거리를 둔 자매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이해가 된다. 끊임없이 잠만 자는 에리, 에리와 달리 잠을 잊고 사는 마리가 짧은 가출? 을 마감하고 언니의 곁으로 돌아간다.


짧은 스토리는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본 듯 한 느낌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 풍성해져서 더 그런 느낌을 주는 듯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시간에 활동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 인상 깊게 남는 책으로 역시나 하루키답다는 생각이 든다.


침묵.

마리는 질문한다.

"그 이야기에 교훈 같은 게 있어?"

"교훈은 아마 두 개일 거야. 첫째는," 그는 손가락 하나를 든다. "사람은 모두 각각 다르다는 것. 형제라도 말이지. 그리고 또 하나는," 손가락 하나를 더 든다. "뭔가를 정말로 알고 싶다면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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