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에서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 잊지 못하고 지내다 몇 년이 흐른 후에 재회하지만 상대에 대한 감정이 여전함을 알려주었던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를 무척이나 재밌게 본 사람으로 일본의 대표작가 요시다 슈이치가 만들어내는 사랑이야기는 항상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어 좋았는데 이번에 나온 신작 '타이베이 연인들'은 읽을수록 비포 선라이즈를 자꾸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낭만적인 일처럼 다가온다. 타이완에 고속철도를 놓는 일에 일본과 프랑스와 독일이 경쟁을 한다. 일본은 자신들의 기술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설마 유럽에 밀려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헌데 생각지도 못하게 프랑스와 독일에 패배를 맛보게 된 일본의 고속철도... 다행히 확정적으로 최종 결정은 이년 여 뒤로 미룬다. 일본은 이때를 위해 정재계를 총동원해 엄청난 홍보 활동을 펼쳐낸 2000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타이완에 고속철도 신칸센 프로젝트에 투입된 여주인공 다다 하루카는 대학시절 여행에 나름 자신 있어 떠난 타이완 여행을 떠났다가 한 남자를 만난다. 그와의 짧지만 인상 깊은 만남을 그녀는 잊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녀가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로 오게 된 것은 운명이 그녀를 타이완으로 이끌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다 하루카에게 잊지 못할 타이완의 남자 에릭... 료렌하오는 하루카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하여 연락이 끊긴 것으로 생각한 남자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유학시절 건축대전에서 받은 상과 교수의 도움으로 일본 대기업 건축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본 여자는 타이완에... 타이완 남자는 일본에서 우연이라도 만나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으로 상대의 나라에서 일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 깊다.


하루카와 료렌하오의 만남이 언제 이루어지고 그들은 어떤 방향으로 인연을 만들어갈지 로맨스 요소가 분명 많이 들어 있지만 이 소설은 분명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해 타이베이의 고속철도 공사에 현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어 기업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 사람 주변에는 여러 인물들이 있다. 하루카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든 에릭이란 남자를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어 하는 회사 동료와 친구들, 남성스런 매력을 풍기던 동창생의 유학과 귀국...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친구,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아내에게 대접받지 못하고 타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남자와 그를 좋아하는 여자를 비롯해 일본 고속도로의 근간을 만든 가쓰이치로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아내가 죽자 혼자 외로이 지내고 있다가 우연히 그 옛날 하지 말아야 할 말실수?를 하며 인연이 끊어진 절친의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 어쩌면 할아버지도 절친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와 통화를 하며 나누는 대화는 진한 감동을 안겨주고 로렌하오와 함께 자신이 태어난 친구를 만나러 타이베이에 가고 시대를 넘어선 두 어르신의 대화는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다.


스토리는 내가 상상하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하루카의 애인과의 관계는 사실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살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니까... 료렌하오와 하루카 역시 ing로 끝나지만 그것이 두 사람의 인연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 독자들의 선택에 맡겨 놓았기에 나 나름대로 상상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타이베이 연인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편안하고 잔잔한 사람들의 인연이 참 예쁘다는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 공감하게 된다. 여기에 요즘 TV이를 틀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 먹방이다. 타이베이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꾸만 군침을 돌게 하며 나도 언젠가 타이완으로 여행을 가면 꼭 다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떠날 타이완의 여행을 생각하며 그곳에 가면 하루카와 료렌하오를 만날 거 같은 설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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