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좋아하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신데렐라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알게 된 것이 몇 년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의 이면에 가려진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고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되어 만들어진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은 나의 이런 성향에 잘 맞는 소설로 푸른 수염보다 더 쫄깃한 재미를 느끼며 읽은 책이다.


17살의 아리따운 붉은 머리의 소녀인 소피아가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엄청나게 부자에 잘 생기고 카리스마까지 갖춘 40대의 후견인 버나드 드 크레삭 씨에 대해 알려주며 스토리를 시작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소피아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버나드를 만나기 위해 그가 사는 19세기 미국 남부 미시시피 버나드의 집에 도착한 소피아... 중년의 남성이지만 섬세한 조각품처럼 느껴지는 이목구비를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미남형의 버나드를 보며 소피아는 마음속으로 그를 상상했던 것보다 더 호감을 갖는다. 여기에 버나드의 전부인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이야기를 들으며 소피아는 버나드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까지 생긴다. 우연히 침대 밑에 쓰인 버나드의 전부인의 이름이 소피아의 머리에 각인되고 그녀들의 유령이 자신 곁에 있음을 목격하지만 오랜 시간 버나드에 대한 환상을 품은 소피아로서는 버나드가 가진 매력을 너무나 크고 그의 키스는 소피아를 들뜨게 한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 후견인의 부인들이 모두 너무나 최근에 이곳에 살았다는 점과...... 그들의 머리가 모두 붉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는 점이다.                 -p78-


아직은 어린 열일곱 살의 소피아는 평소 자신이 가진 허영심에 버나드를 통해 자신이 꿈꾸던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고 즐겁게 느끼지만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자꾸만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다. 버나드는 여행을 떠나며 소피아에게 열쇠를 맡긴다. 어디든 다 가도 좋으나 폐허가 된 예배당을 비롯해 3군데만은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열지 말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푸른 수염에서 보았던 장면이 연상이 되어 곧 무슨 일이 일어나겠구나 싶어 호기심을 느끼며 마음 졸였던 장면이다. 가지 말아야 할 곳에서 잘 생긴 버나드와는 너무나 다른 외모를 가진 목사 기디온 스톤을 만난다. 버나드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이 기디온 목사에게 느끼는 소피아지만 버나드의 엄청난 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형제들로 인해 소피아는 일생일대의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된다.


"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과거에 대해 추억하며 지내는 것보다 현재를 사는 것을 추구한다오. 기억하시오? 카르페 디엠. 빛나는 새 모험들을 경험하는 것이 내 바람이오. 언제가 그대도 내 여정에 함께 하기로 바라고 있고, 하지만 당분간은 아니야. 일단은 그대가 이 저택에 매우 익숙해져서 이곳이 그대의 집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라오."                        -p91-


이미 무수히 많은 책에서 남부와 북부 사람들이 노예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알고는 있다. 여기서도 노예들에 대해 안쓰럽게 생각하는 소피아는 오빠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노예제도에 대해 신랄하게 털어놓는다. 물론 버나드는 이런 소피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소피아가 자신이 원하는 곳과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바라는 버나드의 생각과는 달리 소피아는 노예들, 만나지 말아야 할 기디온 목사와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것은 곧 버나드가 볼 때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일에 해당하는 커다란 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피아를 자신의 아내를 맞기 위해 그는 소피아를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쓰며 그녀를 고립시킨다. 솔직히 나이 차이도 너무 나고 세상에는 소피아만 한 붉은 머리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또 있을 텐데 굳이 소피아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들지만 버나드가 원하는 여자는 분명 그의 첫 번째 부인을 연상시키는 인물들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가 아들을 잃어버리게 된 사연을 보며 솔직히 얼마나 커다란 상처를 받았을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를 잃은 아픔이 얼마나 컸으면 버나드가 잔혹한 살인마가 되는 과정이 연상이 되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는 '푸른 수염'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흥미로운 요소들이 담겨져 있어 즐겁게 읽었다. 먼저 푸른 수염의 아내들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알게 된 것도 좋았고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스토리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에 노예제도를 통해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잘 나가는 형제 한 명에게 빌붙어 어떻게든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인물들의 모습 역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소피아의 암울한 현실을 더욱 극대화 시켜주는 요소로 작용하며 스토리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버나드란 인물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꽤 많은 매력을 가진 캐릭터란 생각이 들며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소피아의 모습 역시 자꾸만 머릿속으로 연상이 되어 언제 발각이 될지 몰라 긴장하며 읽었다.


개인적으로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보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를 더 재밌게 읽었다. 기회가 된다면 버나드를 다시 살려내 다른 이야기로 한 권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피아보다는 버나드란 인물에 빠져 재밌게 읽은 책이다. 책이 아니라면 영화로라도 만나고 싶은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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