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이 욘도쿠'란 범상치 않은 작가의 작품을 만나 저자가 왜 일본 문학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불리는지 느낄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남녀의 지독하지만 어두운 사랑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한 번쯤 다른 모습으로 살게 된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나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나 자신이 착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못된 아니 나쁜 여자란 생각은 해 본적이 없기에 친구, 책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팜므파탈의 모습을 가진 여자를 보면 겉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끌릴 때가 있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의 여주인공 하쓰미는 나쁜 여자의 모습을 가졌다기 보다는 열아홉이란 아직은 앳된 싱싱하고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외모의 평범함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염세적 세계관을 가진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한 아가씨다. 하쓰미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함께 모든 것을 잃어가는 남자 도쿠야마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자꾸만 꼽씹어 보게 된다. 


하쓰미와 도쿠야마의 첫 만남은 그녀가 일하는 단란주점이다. 잘난 사람들만 있는 집에서 나와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들처럼 좋은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삼수생인 도쿠야마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한 턱을 낸다고 찾은 단란주점에서 그곳의 퀸으로 불리는 하쓰미를 만난다. 하쓰미는 첫 눈에 도쿠야마가 자신과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쓰미는 의도적으로 도쿠야마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그에게 한 번씩 전화를 건다. 도쿠야마는 하쓰미의 전화를 받으며 평소의 자신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하쓰미에게만은 자신도 모르게 평소에 들어내지 않은 표현들을 쓰면서도 전혀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하쓰미가 말한 동물원을 놀라가고 관계를 맺은 후 그녀의 집으로 간 도쿠야마는 하쓰미의 책에 놀란다. 살인, 잔혹, 지옥, 엽기, 고문, 학살 등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서 보고 싶지 않은 책들만을 가득 채운 그녀의 책장... 허나 이보다 더한 것은 하쓰미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결코 쉽게 말하기 힘든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이야기들을 듣는 그 순간에 도쿠야마는 자신의 남성이...


가학적인 이야기에 빠져 염세적인 생각만을 가진 하쓰미에게 점점 빠져들어 갈수록 도쿠야마의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 평소에 많은 친구와 교류가 없던 그의 유일한 친구와도 멀어지고 아르바이트 동료들에게도 실수라도 하지 않을 말을 쏟아내며 관계가 멀어진다.


솔직히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평소에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도쿠야마가 태도가 변한 것이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하쓰미가 원하는 방향대로 자신을 잃어가는 도쿠야마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어쩌면 하쓰미는 도쿠야마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그의 결혼이야기, 합격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분명 피가 흥건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분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분명 가독성이 강해 단숨에 빠져들어 멈추지 못하게 하는 힘이 느껴지는 스토리다.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염세적 세계관을 가진 분이 있다. 하쓰미가 좀 더 심한 염세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이를 세상에 드러내는 방식이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세계의 역사를 보면 어느 정도는 하쓰미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다만 마지막 선택은 다른 방법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 '이 욘도쿠'가 재일한국인 3세로 도쿠야마의 모습과 흡사하다. 어쩌면 도쿠야마의 모습 안에 저자의 모습을 상당부분 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며 앞으로 만나게 될 '이 욘도쿠'의 작품에 관심이 가고 더 많은 재일한국인이 일본 문학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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