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조한나.이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구스타프 클림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키스'와 함께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 아닐까 싶다. 언제인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들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얼마 전에 상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일어난 일을 담은 영화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앞서 책으로 만나 읽어 보았는데 온갖 상을 휩쓴 작품답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솔직히 깊은 감동이나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 보다는 전쟁이 부른 비극을 다룬 가슴 아픈 가족사가 담겨진 이야기다.


열일곱 살의 아델라 바우어는 언니 테레제 바우어와 체코 출신의 당시 아랍의 석유 부호와 같았던 설탕 산업 부호의 아들인 구스타프 블로흐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이 결혼식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낭송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구스타프의 남동생 페르디난트는 아델라에게 빠진다. 부유한 집안의 딸인 아델라는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생각을 가진 아버지로 인해 부유한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 어느 정도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 중매결혼이 당연한 순서로 아델라에게 반한 구스타프의 동생 페르디난트와의 결혼에 아버지는 호의적이다.


한편 구스타프 클림트는 여자를 너무나 좋아하는 자유연애가로 그는 무수히 많은 여인들을 유혹하고 사랑에 빠진다. 아델라의 소꿉친구 알마를 단숨에 유혹하고 빠져들게 만들 만큼 클림트의 매력은 강했다. 신흥 지식인층의 후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에로틱한 주제를 다음 모습을 스케치하며 빠져든 클림트이지만 많은 비평가들로부터는 호된 평을 듣는다. 당시 여성들이 남편들의 부와 지위를 세상에 자랑하는 일은 흔했다. 이를 보여주는 장치로 클림트에게 초상화를 의뢰한다. 평이 좋지 않은 클림트는 결혼한 아델라와 단둘이 긴 시간을 보내며 그림을 그린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갖지 못한 아델라에게 있어 클림트와의 둘 만의 시간이 커다란 위안이 된다. 아델라가 클림트에게 빠져 들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깊었다. 드디어 완성된 아델라의 초상화는 여성성을 확실히 들어낸 관능적이고 정열적인 요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지금이야 워낙에 유명한 그림이지만 공개 당시에도 단숨에 아델라를 유명인으로 만들 정도의 강렬한 그림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관계를 의심하지만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친구임을 강조한다.


1차 세계대전으로 무수한 많은 인명이 죽음을 맞는데 이 중에는 임신한 클림트의 아내도 있었다. 클림트와 그의 황금시대가 사라졌던 그 때에도 많은 여인들은 클림트를 찾아온다. 아델라 역시... 일상생활에서 항상 신체적으로 불안하고 안 좋았던 그녀에게 남편 페르디난트 한결 같이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1925년 2월의 겨울날 아델라는 마흔넷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한 아델라의 방은 클림트의 초상화와 아델라가 사랑한 클림트의 사진, 꽃으로 장식된다. 아델라가 죽은 후에 비엔나에서 페르디난트의 명성은 높아진다.


아델레는 미완의 여성으로 남았다. 그러나 세레나 레더러나 클림트의 다른 후원자와 마찬가지로, 아델레는 자신이 살았던 시기의 여성으로서는 성공했다. 그녀는 자유로운 사상가였고, 뮤즈였고, 비엔나의 블로흐-바우어 가문을 일으켰으며, 예술가들의 시녀였고, 진보적인 사상가였고, 문화적인 창조품이었다. 비엔나에서 모더니즘의 탄생을 도운 한 명의 산파로서 자신의 자그마한 길에서 역사를 진보시켰다. --------- 아마 아델라의 꿈은 클림트의 빛나는 황금 초상화에서 가장 완전히 실현된 게 아닐까.                  -p124-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히틀러는 예술에서 구원과 존엄을 발견한다.  이로 인해 그가 전쟁 중 무수히 많은 예술품들을 악착같이 끌어 모으려는 시도를 한다. 온갖 구실을 만들어 예술품들을 강탈하다시피 빼앗아 소금 강산, 수도원, 수녀원에 숨겨 놓는다.  클림트의 연인이며 페르디난트의 아내인 아델라의 초상화 등 여러 작품들 역시 나치는 페르디난트의 공장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주인의 손에서 교묘하게 속이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빼앗는다. 수도원의 깊은 곳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아델라 블로흐 -바우어의 그림은 아델라의 조카인 마리아...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담겨져 있어 비극적 역사 속에 가려진 어두운 모습들이 여실히 들어난다.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인 아델라 블로흐 -바우어의 그림이 미국에 거주하는 팔십대의 마리아 아델라 블로흐 -바우어에게 돌아가는 과정은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들어나는 마리아와 프리츠 알프만 과의 연애는 어느 연애소설보다 흥미롭다. 매혹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그에게 반한 마리아의 적극적인 대시에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만 결혼한 날 그만 남편의 마음속에 있는 여인의 이름을 들으며 속시원함을 느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이로써 두 사람은 진정한 부부가 된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남편을 잃게 된 마리아... 남편 프리츠와 주고받은 편지는 나치의 검열을 받는 상황에서도 그 애틋한 마음이 잘 들어난다.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살아 돌아온 프리츠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을 감행한다. 죽음을 무릅쓴 탈출에서 자꾸만 자신들을 쳐다보던 승무원이 진짜 알고 싶었던 마리아의 비옷의 구입 경로에서 긴박한 당시 모습과 별개로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솔직히 많이 재밌다는 말은 못하겠다. 읽어나가는 동안 살짝 버겁게 느껴지는 면도 있었지만 왜곡되고 숨겨진 거짓을 이겨내어 마침내 원래의 사람들에게 돌아갔지만 이것이 엄청난 금액으로 경매에서 팔려나간 이야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림이 돌아온 후 받기로 한 엄청난 금액의 수임료를 가지게 된 변호사 랜돌의 활약으로 돌아왔다고 보아도 좋겠지만 아델라의 후손들과 변호사가 가질 엄청난 금액은 상상이상이다. 이 과정에서 아델라 이모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마리아의 분노 섞인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소설처럼 생각했던 나의 착각으로 인해 이 책에 대한 높은 평가를 조금 이해하지 못했다. 책에서 느낀 버거움을 영화는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 궁금하며 조만간 영화를 찾아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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