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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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작가 이언 매큐언의 신작이 나왔다. '칠드런 액트'... 얼마 전에 종교를 이유를 들어 군에 가지 않는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수술을 거부하는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되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과 법을 집행하는 중년의 여판사를 통해 법과 종교란 쉽지 않은 주제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제 곧 예순을 바라보는 고등법원 판사 피오나 메이는 남들이 보기에 한 없이 부러워 할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여성이다. 피오나의 남편 역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부분만 뺀 아내와의 결혼생활에는 불만이 없지만 새로운 연애를 원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태연하고 당당히 연애를 주장하는 남편의 모습에 피오나는 격분한다. 같은 여자로서 피오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몰래 하는 연애도 아니고 당당히 다른 여자... 젊은 여자와의 연애를 선언하는 남편을 곁에 두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존경받는 직업에 당당한 여판사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피오나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변한 남편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지만 이혼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샴쌍둥이를 가진 두 신생아?의 신체 중 한 아이 만이라도 살리고 싶지만 독실한 가톨릭을 믿는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의 수술에 동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피오나는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판결을 내린다. 백혈병이 걸린 소년 애덤은 부모님이 여호와의 증인이라 수혈을 받지 않기 위해 수술을 거부한다. 아직 미성년자라 부모님의 의견이 절대적인 소년... 소년 역시 부모님의 의견에 따르지만 피오나는 소년이 쓴 시를 보며 예전의 자신을 떠올린다.


남편의 선언과 함께 어긋나는 부부관계에 피오나로 인해 수술을 받고 살게 된 소년은 피오나를 흔든다. 소년이 보내는 편지를 무시하지만 순례도중 피오나를 보고 쫓아 온 소년... 소년과의 짧지만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한 번의 입맞춤은 생각지도 못하게 피오나의 마음을 흔든다. 헌데 소년에게 백혈병이 다시 도지고 이번에는 소년 스스로...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는 종교 문제와 얽히면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해진다.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정말 말도 안 되는 극한 상황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부모의 이야기는 한 번씩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 뉴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일들이 꽤 있을 것이다.


피오나가 소년을 위해 행한 판결이 정당한 것인지는 그녀가 신이 아니기에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든 실수는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람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을 담당하던 피오나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에서 커다란 위기에 왔을 때는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완벽해 보이는 가정 속에 살고 있는 피오나의 위기와 언제 죽을지 모른 위급한 상황에 놓인 소년을 통해 삶이 주는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모태신앙처럼 어른들에 의해 좌우되는 종교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이것 역시 깊이 생각해 보게 되며 법과 종교..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만큼 묵직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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