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방명록 - 니체, 헤세, 바그너, 그리고...
노시내 지음 / 마티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스위스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여행하고 싶어 할 정도로 여행자들의 로망인 곳이다. 나 역시도 아직까지 스위스 여행을 한 적이 없어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나라로 친하게 지내는 지인 분들이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 스위스를 꼽는 분들이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 스위스지만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스위스 방명록'은 내가 미처 몰랐던 스위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예술인들 중에 스위스를 사랑한 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헤르만 헤세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곰을 상징하는 '베른'에서 18년을 살았던 헤세는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스위스와 인연을 갖게 된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가족들의 영향으로 남다른 성장기를 경험한 헤세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두 번째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발표하고 이것이 성공을 거두지만 결혼생활은 금이 간다.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서 긴 여행을 다닌 헤세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1912년에 베른에 정착한다. 전쟁이 터지고 복무 중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든든한 힘이 돼 주는 토마스 만을 만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데미안'의 주인공 이름으로 출간을 하지만 헤세를 힘들게 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내와 이혼하고 세 아이도 남에게 맡기고 홀로 생활하는 헤세의 이런 모습이 그의 정신을 압박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절박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여기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헤세가 그린 그림들과 세계적인 작품을 남긴 헤세에게는 스위스가 궁합이 잘 맞는 나라라고 한다. 사실 다른 책을 읽으며 헤세가 살았던 베른이나 티치노 주 몬테뇰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헤세가 살았던 집이나 그가 좋아한 장소, 헤세 탄생 100주년 기념비, 묘, 헤세 박물관이 있는 몬테뇰라는 스위슬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곳에 가면 헤세를 조금은 가깝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행을 한다면 꼭 가 볼 곳으로 찜해 둔다.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를 종종 볼 때가 있는데 이 로고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헌데 이 로고를 처음 냅킨에 그린 그림과는 다르게 지금의 모습은 스위스의 마테호른을 연상시킨 이야기는 물론이고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인심 좋은 할머니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으로 유명한 체르마트... 체르마트에서 보좌신부로 인한 형제의 영향으로 터를 잡고 호텔업에 뛰어든 가족의 이야기, 마테호른에 오른 사람들 중 일부가 그만 죽음을 맞은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등반가가 목숨을 내놓고 오르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마테호른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이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스위스로 향하게 한다.

 

스위스는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늦게 여성참정권이 생겼다는 것에 놀랍다. 남성에게 귀속되어 있는 여성의 모습을 시대보다 앞선 대학 교육의 문을 연 것과 대비된다. 최초의 여성 법학자인 에밀리 켐핀의 이야기는 뛰어난 여성의 힘으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같은 이름의 에밀리 리버헤어는 소비자보호운동과 여성운동을 활발히 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 놓는 최초의 취리히 시 정부 각료에 선임되는 영광을 얻는다. 여성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스위스의 평등과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때 재밌게 본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쓴 요한나 슈피리... 앞선 에밀리 켐핀의 큰어머니인 그녀지만 에밀리가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것에 "여자가 품위 있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가정뿐"이란 말을 할 정도로 남성중심의 사회분위기에 적혀 있던 여인이다. 부모님의 골라준 남자와 결혼 했지만 다행히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글을 쓴다. 헤리포터 시리즈 말고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독일에서 출판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 스위스로 역출간된 이야기는 당시 스위스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여 같은 여성으로 씁쓸하다.

 

평소에 단맛을 즐기지는 않지만 한 번씩 진한 단맛이 그리울 때 초콜릿을 먹는다. 벨기에 초콜릿이 워낙에 유명해서 잘 알고 있지만 스위스 밀크초콜릿의 탄생 과정도 흥미로웠고 나중에 스위스 여행을 하면 꼭 먹어 볼 생각이다. 이외에도 스위스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진 스위스 방명록은 현재의 스위스만 알고 있던 나에게 스위스와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이든 아는 것 만큼 더 잘 보인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스위스 방명록'.... 스위스의 다양한 모습이 오래도록 머리를 남는 책이다.

 

스위스는 일반인들의 흔적, 내국인과 외국인의 문화교류 흔적이 곳곳에 켜켜 쌓여 있는 곳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또 하나의 사례....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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