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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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외국의 매력적인 탐정들을 만나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탐정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탐정이 나오는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사랑을 받는 탐정콤비라면 단연코 셜록홈즈와 왓슨 박사가 아닐까 싶다. 책은 물론이고 영화로 나올 때마다 항상 찾아서 볼 정도로 나 역시도 이 두 인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독자인데 한국형 스릴러 작가로 알려진 최혁곤 님의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은 책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오는 옛연인을 잃어버리고 직장을 그만둔 전직 사회부 기자 '박희윤'과 이런 인물이 경찰관을 할 정도로 여자를 좋아하여 피의자와의 썸씽으로 경찰에서 퇴출당하고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갈호태'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한국형 셜록홈즈와 왓슨이 출연이 내심 반가운 책이다.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스토리의 시작은 한 통의 전화로부터다. 인터뷰를 통해 연인이 된 박희윤과 채연수... 결혼까지 생각했던 희윤은 연수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헤어졌다. 전화는 그녀를 납치한 납치범이다. 아직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희윤은 전직 형사 호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옛애인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매력적인 후배 기자이며 한국기자대상을 희윤과 공동수상한 홍예리에 대한 흑심을 들어내는 호태와의 만남이 유쾌하게 느껴지던 장면과는 달리 연쇄살인범 '바리캉맨'의 사건을 통해서 옛연인의 신체를 마주하게 되는 '신들이 속삭이는 밤', 야구선수들의 재활훈련과 관련된 사건을 다룬 '목숨 걸고 베이스볼', 세상에나 이런 메시지를 통해 일을 행하는 두 남자의 감정이 한 편으론 씁쓸하면서도 살짝 감동스런 느낌도 준 '제4요일의 암호'... 여기에는 영국인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이제는 한 물 간 가수가 컴백을 앞둔 무대에서 그만 죽는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부터 의문스럽지만 마지막 노래에 담겨진 의미와 소속사 사장과의 관계나 열렬히 따른 사생팬의 이야기가 씁쓸한 '세월이 가면, 43초', 기자에서 앵커로 잘 나가는 홍예리와 함께 걸걸하고 무대포에 마초 기질의 남자지만 잔정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갈호태의 전직 상사로 개성강한 캐릭터 '고도리'의 등장이 유쾌하면서도 이런이런 사건이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고도리 저택의 개사건'... 부조화를 느낀 것에 대한 날카로운 판단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 마지막이며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꼬집은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 '밤의 노동자'... 홍예리와 관련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처음과 두 번째,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에 깊게 남지만 나머지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어찌보면 사이좋은 톰과 제리처럼 보이는 박희윤과 갈호태... 두 사람이 가진 개성이 강한데다 홍예리나 고도리 역시 만만치 않은 느낌을 풍겨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사건이 가진 무게감은 있는데 반해 불편하거나 가볍지 않게 극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스토리가 흥미롭다. 앞으로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같이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심야 추리극...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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