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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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인문학을 들여다보는 책들이 종종 나오고 있지만 패션을 그것도 남자의 패션을 이야기하는 책은 솔직히 나카노 쿄코의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이 처음이다. 그만큼 생소하고 무엇을 이야기할지 내심 궁금했던 책으로 명화를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담겨진 그림들은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접했을 명화들이다. 익히 알고 있는 그림들 속에서 낯선 그림도 눈에 뜨인다. 한스 루돌프 마누엘 도이치의 '니클라우스 마누엘 도이치 2세의 초상'은 교황이 계신 바티칸을 지키고 있는 스위스 용병의 모습이 조금 과장되게 말해 겉멋이 잔뜩 든 남자란 느낌을 준다. 세계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여행가고 싶어 하는 스위스지만 14~18세기 무렵까지는 용병 파견이 스위스의 최대 사업이었다니... 온전히 자신의 돈으로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용병들이지만 좌우가 다른 옷감, 색상으로 인해 고상하지 못하다는 빈축을 샀지만 그들은 전혀 기죽지 않는다. 전쟁에서도 여러가지로 불편했지만 오히려 이 옷 형태를 흉내 내어 입었을 정도로 유행을 했다. 이외에도 이름조차 생소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바보들의 배', 하워드 파일의 '키드 선장', 조슈아 레이놀즈의 '소매치기 메르쿠리우스' 등과 같은 그림은 나름 미술 관람을 다녔다는 나지만 본 기억이 나지 않는 그림으로 그림이 가진 특색과 시대 상항을 알 수 있어 의외로 흥미롭게 느껴진 그림이다.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세례자 요한'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예수에게 세례를 주었던 인물로 모나리자의 미소를 연상시키면서도 이 그림 속 인물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패션을 논하는 그림답지 않게 옷을 입지 않은 듯 보이는데 성경에도 요한의 옷차림에 대한 설명이 있고 그의 옷차림은 '요한'을 증명할 중요한 단서다. 얀 토마스의 '연극 '칼레테이아'에서 강의 신 아키스로 분장한 레오폴트 1세'의 모습은 솔직히 볼 때마다 느끼는 봐이지만 이렇게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옷차림과 화장을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시대 자체가 모든 것을 과하게 표현하는 바로크 시대라 연극 공연을 코스프레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결혼사진이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특징을 너무나 잘 보여주며 태양왕 루이 14세에 대한 경쟁심이 무척이나 높았던 인물이다. 도대체 이건 무슨 패션인가 싶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벼룩 유령'은 화가 자신이 미켈란젤로의 근육질 남성을 동경하며 그린 그림이다. 여성들의 변화된 몸과는 달리 남성들도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을 바라고 동경했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저자도 말했듯이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동물과 합성화 된 뉴히어로 같아 보인다.


명화를 통해 시대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다. 다소 난해한 그림들도 보이지만 미처 몰랐던 그림들과 그것이 가진 진짜 이야기는 분명 예사롭지 않은 그림이란 생각이 든다. 무척이나 과장된 표현을 즐긴 바로크 시대도 있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남자들도 미와 패션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림을 통해 그 시대 남자들의 욕망을 들여다 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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