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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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행복한 탐정'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가 나왔다. 평소에 미미여사의 책을 좋아하기에 신간이 나오면 늘 관심이 갖고 있는데 행복한 탐정 시리즈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져 내가 이 시리즈 책을 읽었나 싶은 생각을 살짝 해보며 읽기 시작했다.


서양과 달리 동양... 그 중에서 중국, 한국, 일본 등은 결혼이 둘 만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란 말을 할 정도로 자식들의 결혼에 부모님의 간섭이 큰 편이다. 주인공이자 행복한 탐정으로 나오는 스기무라 사부로도 아내가 비록 다른 곳에서 나온 혼외자식이지만 재벌의 딸이다. 집안에서 아내는 그럭저럭 딸로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아무것도 없는 스기무라 사부로와의 결혼은 애당초 환영하지 않았다. 그나마 아내의 아버지이며 대기업의 총수인 장인의 허락으로 결혼하여 자식까지 낳아 살고 있지만 집안 차이가 너무 난다며 부모님과도 연을 끊고 살고 있는 외로운 남자다.


스기무라는 결혼과 함께 장인 회사에서 사보를 만드는 편집자로 나름 만족하고 살고 있다. 그는 편집장과 함께 일을 보고 버스에 탑승했다. 혼자 앉아 있던 회색 정장의 노인분이 여성기사에게 다가가 권총을 들이댄다.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 버스 안 승객들은 어떨떨하다. 버스 안 승객들을 제압한 노인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버스를 향하게 한다. 노인을 보았다고 증언하는 백발의 부인과 여성 기사를 버스에서 내리게 한 후 스기무라에게 찾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말한다.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을 찾고 싶다는 노인... 불안감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겠다는 노인의 황당한 말이 믿기 힘들면서도 돈에 대해 욕심을 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경찰이 진압을 하면서 노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극도의 신경 스트레스로 인해 편집장이 임시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상대의 약점을 잡고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에 대해 조사하던 중 스기무라하게 생각지도 못한 택배가 도착한다. 택배 안에는 인질극을 벌인 노인이 약속한 돈이 들어 있다.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버스 안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니 그들은 나름의 이유를 들어 돈을 갖고 싶거나 거부한다. 특히 편집장은 돈을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뜨려 놓고 싶어 한다. 이 모든 사실을 재벌 장인에게 말하는 스기무라... 장인의 조언을 통해 노인이 그가 생각한 전직 교사가 아닌 다른 종류의 일을 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며 그가 말한 세 명의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고 싶어 한다. 조사를 할수록 노인이 부자도 아니고 그가 한때나마 일했던 곳도 좋은 곳이 아니다. 왜 노인은 전혀 의외의 세 명의 인물을 찾았으며 그들과의 관계는... 생각보다 많은 분량의 책이지만 스기무라가 탐정의 모습으로 발전해 가는 스토리가 흥미롭다.


이런 직종이 있나 싶은 일을 한 노인의 직업을 정확하게 짚어낸 인물의 관찰력도 놀랐고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렘브란트의 그림을 통해 인질극 사건의 숨은 비밀을 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 역시 예사롭지 않다. 미미여사의 책 답게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


행복한 탐정 시리즈라고 했는데 스기무라가 편집자가 아닌 탐정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지만 그가 행복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내와의 결혼으로 그의 인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내를 위해 장인의 회사에 근무하며 나름 생활에 젖어 살던 그가 한 사건으로 인해 탐정으로 거듭나며 열심히 조사를 벌이지만 이 과정에서 장인이 그토록 강조했던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가 다른 사람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것은 축하해 줄 일이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관계가 회복될지 그것은 모르겠지만 그 대가는 크다는 생각이 든다.


미미여사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믿고 읽어도 된다. 우리나라도 이런 검은 조직이 벌이는 범죄는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어 일본의 이야기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름 재밌게 읽은 책으로 다음 편에서는 제목에 맞게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나는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깥 세계의 모든 것이 나와는 인연이 없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무사함을 기뻐해 줄 사람들도 거기에 많이 있을 텐데, 잡초가 부슬부슬 자라나 주차장의  지면에 내려서서 제일 처음 느낀 것은 소외감이었다.               -p174-


악은 전염된다. 아니, 모든 인간이 마음속에 깊이 숨겨 가지고 있는 약, 말하자면 잠복하고 있는 악을 표면화시키고 악행으로 나타나게 하는 '마이스터의 힘'은 전염된다고 할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절대 반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대체물이라면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잘못된 신념이고, 욕망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말이다.   - 그림자 드리워진 모르도르의 나라에.       우리도 살아가고 있다.                 -p4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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