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호킨스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앨프레드 히치콕이다!" 전미대륙에서 6초마다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띠지에 있는 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최고의 스릴러 감독으로 그의 영화에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명성이나 가끔씩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살짝 본 기억이 있어 그에 대해 알고 있기에 더욱 띠지에 담겨진 글에 매혹되어 도대체 어떤 이야기기에 히치콕과 비교되는 작가에 6초마다 책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인지 내심 많이 궁금했다.


첫 장을 열면 나오는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살인자는 한 여자를 기찻길 옆 백자작나무 밑에 묻혀 있다고 자백한다. 도대체 그 여인은 누구이며 그녀는 무슨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는지... 단숨에 사로잡는 문장으로 인해 시선을 뗄 수 없다.


스토리는 세 명이 화자가 되어 이끌어 가고 있다. 레이첼, 메건, 애나... 레이첼은 알코올중독에 빠져 남편과 이혼한 여자다. 아니 아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갖지 못하면서 심적 고통에 시달리다 남편 톰과의 사이가 벌어지고 이런 아내에게 질려? 다른 여인 애나와 바람이 난 것을 알고 헤어지게 된다. 레이첼의 즐거움은 매일 같이 이용하는 통근 기차에서 보이는 완벽한 커플을 보는 낙이다. 두 사람을 알지는 못한다. 다만 자신이 이혼 전 살던 좋아하던 집과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그들은 아름다운 여성과 잘 생긴 남편...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커플이다. 두 사람에게 제스, 제이슨이란 이름까지 지어주며 두 사람을 지켜보는 레이첼의 눈에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이 부부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잘생기고 자상한 남편을 두고 낯선 남성과 진한 키스를 나누는 것인지... 레이첼은 자신의 문제를 넘어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메건의 시간은 일 년 전으로 돌아간다. 레이첼과 헤어진 톰이 애나와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아이를 돌보는 메건은 더 이상 아이를 돌볼 마음이 없다. 까다롭고 불안한 증세를 보이는 메건의 모습은 레이첼이 보며 상상한 아름다운 제스의 모습과는 다르다.


애나는 톰과의 결혼에 안정을 찾을 수 없다. 수시로 자신들을 괴롭히는 레이첼로 인해 극도의 신경과민을 가진 애나... 어느 날 느닷없이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레이첼을 보고 애나는 불안감을 넘어 하루라도 빨리 레이첼이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세 여인은 하나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 각기 다른 상처와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들인데 갑자기 메건이 사라진다. 레이첼을 분명 자신이 본 의문의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여겨 경찰에게 말하지만 알코올중독에 말썽을 일삼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 직접 메건의 남편 제이슨... 아니 스콧을 찾아가 메건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부부는 부부만이 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완벽해 보이는 커플이지만 정작 두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 메건과 스콧, 톰과 애나... 두 부부 사이에 레이첼이 있다. 기본적으로 알코올중독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레이첼은 본인이 가진 문제를 알고 있다. 그녀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수시로 전화하고 몰래 찾아가는 모습은 집착을 넘어 스토커라고 해도 좋다. 알코올에 빠져 있기에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스스로, 상대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모습에 조금 화가 난다.


세 여자의 모습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진실 앞에 헉 하게 된다. 메건의 실종과 관련해 그녀의 이야기가 들어나며 사람들이 모르던 메건의 실체가 모습을 보인다. 세상에나 이런 반전이 숨어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진실 안에 숨어 있는 인간이 가진 이중성이 섬뜩하다.


절대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없지만 레이첼은 분명 흥미로운 캐릭터다. 자신의 행동과 말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의존하는 레이첼의 이야기를 믿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이야기에 무엇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빠져들게 된다. 레이첼이 남의 삶을 훔쳐보며 자신이 놓친 것에 대한 보상처럼 느끼는 감정이 섬뜩하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스릴러 영화처럼 흐르는 장면들이 연상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소설로 이 책에 대한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심리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붉은 머리, 그 남자가 내게 미소를 지었다. 내게 말을 걸었던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와 관련된 뭔가가 더 있다. 그에 대한 기억에 뭔가가 더 있는데 거기까지 닿을 수가 없다. 암흑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p64-


우리는 기억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동안에는 기억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억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게 그 시간을 블랙홀처럼 뻥 뚫려 있고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다.                 -p137-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내 마음이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어 대답 할 수가 없다. 그이 말이 아니라 에프터세이브 로션이 문제다. 담배 냄새에 묻힌 그 상쾌한 레몬 향을 맡으니, 바로 지금처럼 기차에서 그의 옆자리에 앉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고 누군가가 정말 시끄럽게 웃고 있다. 그가 내 팔에 손을 얹고 같이 한잔하러 가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지만,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난 겁이 나고 혼란스럽다. 누군가가 날 때리려 하고 있다. 내게 날아오는 주먹이 보이고 나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두 손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획 숙인다. 이제 난 기차 안이 아니라 거리에 있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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