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책 -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지음 / 시공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빨간 책'이란 제목보다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이란 부제목에 더 눈이 가는 책이다. 왠지 사춘기 남학생을 떠올리게 되는 몇몇 연상되는 모습이 있기에 왠지 시작도 하기 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빨간 책의 저자 세 분은 잘나가는 SBS 라디오 피디이자, 인기 높은 화제의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을 진행하고 있는 이재익, 김훈종, 이승훈 세 명의 라디오 피디가 방송국 PD가 함께 사춘기 시절에 읽은 그들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서적에 대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김훈종, 이승훈 씨는 잘 모르지만 들어가는 글에서 이승훈 씨의 글에서 느낀 감정을 나도 가지고 있었기에 내심 그의 고민에 이해가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의 자제분이 경영하는 출판사... 한동안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를 타고 있을 때 더욱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세 분은 빨간 책을 내기 전에 세 분이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며 책을 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로 잘 알려진 이재익 씨의 책은 여러 권 읽었기에 알고 있어 그들이 말하는 불온서적은 무엇일지 내심 궁금했다.


이재익 씨의 최고의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고 한다. 10조 개의 별들을 품고 있는 은하가 10조 개 있는 광막한 대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어른인 내가 읽어도 머리가 아픈데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이 책을 접했다니 놀라웠다. 광활한 우주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면서 이 책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다.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책을 읽은 사람도 많지만 제대로 읽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는 '삼국지'... 한중일 삼국이 좋아하는 삼국지 속 인물도 흥미롭고 원전과 다른 성격과 관점을 가진 삼국지 책에도 관심이 간다. 나 역시도 많이 읽은 시드니 셀던의 책... 지금 생각하면 우리나라 아침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책들이다. 헌데 '최후 심판의 날의 음모'는 음모론을 다루고 있다.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시드니 셀던의 책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유병언 사건의 이야기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며 음모론에 동조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 목소리를 낮추어야 하는 곳이 많다. 본의 아니게 합석한 사람들이 고성을 다른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들을 노려보는 남녀 중 백팩이 커 보인 남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 기생오라비란 느낌을 주는 그는 소설가 성석제... 그의 책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그의 글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성석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ㅎ고 있어 이 책도 끌린다.


이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행성에 동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 앤에게 이 책을 바친다.   -p38-

우린 모두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벌이다. 타인들로 가득한 까마득한 암흑 속에서, 타인이 아닌 의미 있는 별을 만나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1에다 0을 33개나 붙인 수를 분모로 하고 분자를 1로 한 확률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나, 이제 그 힘겨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p39-


사춘기 소년의 성적 환상을 일으키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불온서적들에 더 시선이 간다. 물론 지금처럼 영상매체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잡지, 비디오테이프를 본 남학생은 많았을 것이다. 이재익 씨도 이런 것들을 보았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테니스 살인사건을 겪으며 사춘기의 호기심을 유발한 책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아 친구에게 빌려 주었다가 친구 엄마의 호출을 받고 반성문을 쓴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친구 엄마도 일반적인 엄마와는 다른 깨어 있는 분이란 생각이 들며 사춘기 소년이 느끼는 수치심과 난처함이 느껴졌다. 밤에는 클럽에서 낮에는 도서관에서 살던 시절이 가장 근사했다고 생각하는 남자란 생각을 가진 그가 '체 게바라'의 책을 들고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호기심이 아닌 진짜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여성과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친구로 지냈지만 한 번도 연애 감정이 생기지 않았고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여자가 이혼하여 미국의 억만장자 IT개발 업자의 아내가 된 사연을 보며 남녀 간의 친구가 존재하고 자신에게 보이지 않은 매력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에 왠지 공감하게 된다. 이외에도 세 명의 저자는 각기 다른 빨간 책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읽지 못한 책이 더 많다. 유달리 관심을 갖게 되는 책들을 모아 조만간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아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어른들은 말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책 많이 읽으라고... 솔직히 나도 자식을 키우면서 이렇게 말하고 나 역시도 이런 말을 부모님에게 들었다. 좋은 책을 가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지만 좋은 것만 배우지는 못한다. 책을 통해 잘못 배울 수 있지만 그런 책들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책들 중 나의 빨간 책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뛰어난 독서광이자 성공한 그들의 빨간책이 주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이전에 그들이 함께 낸 책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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