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악인>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화제작 '분노'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유정 작가가 자신에게 있어 <악인>은 저자의 최고의 작품인데 이제 그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악인 보다 더 훨쩍 뛰어 넘는 글을 보여준 '분노'에 대한 평가를 보며 이 작품 정말 대단하구나 싶어 내심 많이 궁금하고 기대했던 작품이다.


누군가를 죽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보통 한다. 사회적으로 불만이 늘어나고 있어 묻지 마 범죄도 급증하고 있고 실제로 이런 사건들을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범죄가 발생하면 무엇인가 이유를 찾고자 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벌이는 범죄는 그 만큼 더 섬뜩하고 무섭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시작은 한 부부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현재보다 일 년 앞선 8월 18일의 사건 현장을 담고 있다. 유치원 보육 교사인 아내를 먼저 죽이고 몇 시간 후 들어 온 남편마저 살해한 범인은 더운 날씨 탓인지 사건 현장에 알몸으로 여섯 시간이나 보내고 감쪽같이 사라진다. 나름 지문에 대한 신경을 쓴 듯해 보이지만 범인의 지문은 피해자들의 피와 함께 곳곳에 남아 있다. 범인의 이름은 야마가미 가즈야... 그가 감쪽같이 사라진 지 일 년이나 지났지만 범인에 대한 윤곽은 좀처럼 들어나지 않는다.


일 년이 흐른 현재 전국에 지명수배 된 야마가미 가즈야는 아직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를 빨리 잡아야 살인사건을 일으킨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에 형사 기타미 형사와 난조 형사는 이 사건에 매달려 있지만 어디에서도 단서는 나타나지 않아 힘들어한다. 범인의 여장 사진까지 공개하며 빨리 사건을 해결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데...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가정이 등장한다.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홀아비 요헤이는 어느 날 갑자기 딸이 사라지며 커다란 상실감에 빠졌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딸을 찾게 된다. 요헤이의 딸은 순한 편이지만 솔직히 성격적인 면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다. 다시 돌아온 딸에게 대놓고 마음을 감싸지 못하지만 아버지로서 강한 부성애를 갖고 딸을 대한다.


병원에 아픈 어머니가 계신 중년의 남성 유마는 게이 전용 사우나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자신과의 관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어린 남자 나오토의 행동을 보며 별 생각 없이 그를 자신으로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보통의 남녀 관계와 같은 두 사람의 관계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해 쿨한 모습을 보인다.


평소 행실이 좋지 못한 엄마를 둔 이즈미.. 이미 한 번의 사건으로 인해 야반도주한 경력이 있던 모녀가 또 다시 이사를 하게 된다. 이번에는 이즈미의 동급생 남학생의 아빠와의 관계가 원인이다. 이 남학생은 사실 이즈미에게 관심을 보인 인물로 아버지와 아들이 너무나 닮아 있다.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세 가족에게 의문의 남자들이 한 명씩 등장을 하며 이들은 과연 누구이며 그들 중 진짜 범인은 있는 것인지 아님 세 곳의 사람이 동일인은 아닌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빨려들어 읽게 된다.


나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외지인이나 낯선 사람들에게 느끼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들어내지 않지만 나오토가 자신의 어머니를 대하는 따뜻한 모습이 유마는 나오토를 크게 느끼는 부분으로 작용하지만 TV이를 비롯하여 각종 매체에서 떠드는 연쇄살인범의 모습이 왠지 나오토를 닮고 있다는 느낌에 자꾸 의심이 생긴다.


요헤이 역시 상처 입은 딸을 좋아해주는 낯선 남자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중이고 작은 아버지와 사촌여동생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이즈카는 낯선 남자를 처음 보았던 장소가 떠올라 그를 쉽게 믿기 어렵다. 이즈미는 생각지도 못한 위험을 경험하며 충격에 빠지지만 이것을 감싸는 친구가 있어 서서히 회복 되어 가는 중인데...


읽을 읽다보면 악인을 뛰어넘는 작품이란 평을 한 이유를 느낄 수 있다. 자신조차 자신을 모를 때가 많다. 믿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는 것은 인간이기에 있을 수 있다. 다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를 보고 생각지도 못한 사고? 아니 살인으로 범인이 들어나는 이야기 속 반전은 곱씹어 읽게 된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는 '분노'를 통해 타인을 믿는 것, 그것은 곧 자신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옮긴이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는 살다보면 때로는 이유도 없는 분노가 생길 때가 있다. 분명 이 분노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극한의 분노보다 우리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 신뢰, 사랑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의 어둡고, 불안정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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