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읽는 잔혹동화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솔직히 에스파냐 문학을 별로 접하지 않았기에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책에 대한 관심도 많고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제목이 붙여졌나 내심 궁금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들 중에는 실제와 달리 각색되어 읽힌 부분들이 꽤 된다고 알고 있다. 예전과 달리 원작을 그대로 번역하여 만나는 동화들은 생각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의외로 잔혹하고 어두운 당시 시대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은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적합한 것이 요즘 나온 잔혹동화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읽은 그림형제 동화전집도 그렇고 우리나라 전래동화도 새롭게 각색되어 만들어지는 잔혹동화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잔혹동화들이 주는 재미를 조금은 알고 있기에 이반 레필라의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는 그동안 만나기 힘든 스페인의 잔혹동화라는 것이 흥미롭고 나름 좋았던 작품이다.


우물에 형제가 빠져 있다. 어떻게 해서든 우물 밖으로 탈출하려는 형제는 생각처럼 쉽지 않기에 형은 동생을 우선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다. 동생을 들어 올려 우물 밖으로 던지지만 오히려 동생에게 커다란 육체적 고통만을 남기고 만다. 동생의 이가 서너 개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상처만 남은 모습에 형은 너무나 미안하여 자신을 자책한다. 서서히 굶주림에 시달리는 형제지만 형은 절대로 어머니에게 줄 자루 속 음식들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다. 배고파 먹자는 동생을 얼래고 달래며 어머니에게 꼭 가져다주어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솔직히 마지막에 들어난 진실에서 많이 놀랐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나 이런 일이에나 있을 법한 일이 두 형제를 우물 안에 가둔 것이다.


목마름과 굶주림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동생은 서서히 아프기 시작한다. 동생이 사경을 헤매는 아픈 와중에 이 책의 제목에 담긴 이야기가 들어나기 시작한다. 동생이 말하는 아틸라 왕은 누구인지 호기심이 생기며 소년은 자신이 아틸라 왕의 말을 훔쳐 신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한다. 아틸라 왕의 병사인 훈족과 함께... 이렇듯 심하게 아프면서 잔혹한 아틸라 왕 이야기를 하는 동생의 모습과 아픈 동생을 곁에 두고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형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며 동생의 이야기와 형의 행동 안에 그들이 가진 비밀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난 분노하고 있어." 동생이 말한다. "아냐, 너한테는 아직 분노란 게 없어." 동생은 우애 없는 눈길로 형을 쳐다본다. "그렇다면 내 마음속에 일고 있는 이 분노는 뭐지?" "그건 네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야."


나의 싸움은 이 세상을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리는 거야. 과연 이 세상이 전부일까? 인간은 창도 없고 문도 없는 벽에 갇혀 살아야 돼? 삶은 지속되는데.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잔혹동화가 가진 재미를 잘 나타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 나름 재밌게 읽은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 우물 밖으로 탈출하려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이들이 우물에 빠졌을까? 이들을 느끼는 극도의 공포와 굶주림, 우물 밖으로 나가 어머니를 만나고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은유와 비유, 상징으로 풀어 놓은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되는 책으로 잔혹동화가 가진 재미를 알고 싶은 독자나 제목을 보며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가진 독자라면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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