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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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과 하트가 퐁퐁 날아다는 표지와 달리 띠지에 담긴 글귀는 차갑고 섬뜩하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사랑을 택했는데 가난이 따라왔다?! 좀비보다 끈질긴 가난의 습격! 호러보다 무서운 현실 로맨스 소설의 탄생이란 평가를 받으며 올해 영화로 개봉 예정이라는 이혜린 작가의 '로맨스 푸어'... 요즘 가장 무서운 게 가난이라고 말할 정도로 암울한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여자의 인생은 남편을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렸다는 말은 옛말이란 말이 있지만 아직도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주기를 바라는 여성들은 꽤 있다. 주인공 다영은 은행에 근무하며 나름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자신보다 입사도 늦고 실적도 좋지 않은 남자 직원이 가정이 있다는 이유로 승진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다. 이에 대한 상사의 대답 역시 어이가 없지만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면 갈 곳이 없기에 억울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모습은 우리나라 직장 여성이라면 한 번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의 위치를 벗어날 방법은 하나다. 얼마 전에 만난 강남의 120평 아파트에 사는 40대 중반의 배 나온 남자... 그에게 전혀 끌리지 않지만 자신을 더 나은 생활로 이끌어 줄 남자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이 남자 앞에서는 똑똑하고 당찬 여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 남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끌려 가는 모습을 보여 솔직히 조금 화도 나고 남자의 부와 상관없이 사는 것에 왜 저렇게 힘들어할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바이러스가 퍼지고 좀비들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잘 생긴 남자를 만난다. 잘생겼다고 단숨에 이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다영의 모습에 다소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면이 있지만 사람마다 취향 차이고 다르기에 이해는 된다. 다만 남자의 능력을 떠나 그가 말하는 이야기는 좀... 헌데 이 남자에게 끌리는 다영과 그녀를 향해 어려움도 감수하는 모습은 로맨스 소설의 남녀주인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소설의 장점 또는 흥미로운 것은 로맨스 소설과 호러, 좀비소설을 오간다는 것이다. 평소에 좀비 소설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좀비들의 출몰과 강북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바이러스로 인해 어떻게든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다영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거 같아 씁쓸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와 있으면 가난 밖에 없는 현실... 여기에 좀비에 바이러스까지 출현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어떨지 잠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암담하다. 확 끌리는 매력적인 로맨스 소설이란 느낌보다는 살짝 비꼬아 우리 청춘의 암울한 현실을 잘 나타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메르스 사태처럼 바이러스의 대응을 놓고 보인 반응은 딱 지금의 정부와 너무나 닮아 있어 흥미롭기까지 하다. 나름 흥미롭게 읽은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다영의 로맨스가 그려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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