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전집으로 읽은 위인들은 하나같이 위대했다는 생각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시간이 흐르고 위인들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배우면서 위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실수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들어나지 않은 위인들의 위인답지 않은 모습들을 담은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찌질한 위인전'은 위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총 아홉 명의 위인과 번외편에 두 명의 인물을 합해 총 열한 명에 대해 담고 있다. 시인이란 것은 알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아니라서 죄송하게도 시 한 편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 첫 번째 위인으로 시인 김수영님이다. 시인으로 살기 위해 자기를 고발한 남자란 타이틀을 가진 그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다. 아무리 시대가 6.25를 거치고 아내가 그의 소식을 몰라 다른 남자와 잠시 함께 했던 시간이 있었다고 하지만 술에 취하면 폭력을 행사하고 정신이 들면 아내의 몸 상태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더 신경을 쓴 그의 처사에 우리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갖고 있고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솔직히 화가 나는 면이 크다. 시와 시인에 대한 확실한 자기주장은 멋지지만 그럼에도...


고흐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책에서 너무나 많이 나왔을 정도로 찌질한 면이 있는 인물이지만 천재성은 단연코 최고라 생각한다. 뛰어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노벨상을 수상하기 싫어했지만 거부하면 더 화제를 몰고 올 거 같아 수상하기로 했다니... 이런 대범한 인물이 있나 싶은데 첫 사랑을 잃고 엄청난 바람기를 몰고 다니며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조선 시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괴물로 성장해 간 허균이란 인물, 말썽꾸러기에서 새로운 권력자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자기애성 인격장애와 자존심이 강한 스티브 잡스 등 찌질하다는 표현이 맞나 싶은 그들도 나름의 고통과 상처, 인간적인 면을 가진 인물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번외편에서 저자가 위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히틀러 추종자 괴벨스... 그가 히틀러에 빠지고 그를 추앙하게 되는 과정이 그를 따라다닌 열등감과 신체적 요인이라는 것이...  또 한 명인 홍대 인디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일명 '달빛요정'가 혼자인 밴드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우리나라 방송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에 담겨진 위인들의 인간적인 모습들 말고 더 많은 위인들 역시 이들처럼 나름의 찌찔한 면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찌질하다고 볼 수도 있고 인간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위인들의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으로 위인들에 대한 알던 이야기도 있고 모르던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