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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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서점대상 1위를 석권한 최초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신작이 비채에서 나왔다. '마사 & 겐'...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 온 소꿉친구 두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 부부, 가족, 친구,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으로 읽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책이다. 두 주인공의 모습이 담겨진 표지는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스토리를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명이라도 진실한 친구가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진실한 친구와 평생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Y동네에 살고 있는 구니마사(마사)와 겐지로(겐)는 죽마고우다. 화이트칼라 은행원으로 직장을 그만둔 구니마사와 일본의 전통비녀 쓰마미 세공의 달인 겐지로...  나름 화려한 연애사를 가진 겐지로와는 달리 중매로 아내를 만나 정을 쌓으며 사랑을 키우며 무난하게 살아온 구니마사는 현재 자신의 처지에 한숨이 난다. 아내는 구니마사가 싫다며 딸네 집으로 떠나고 두 딸에게 아버지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반면에 겐지로는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혼자인 상태지만 그를 따르는 뎃페가 곁에 있고 자신과 달리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는 구니마사와 겐지로 두 노인의 소소한 일상과 그들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가족들의 시선에 억울한 감정이 들 수도 있지만 시대가 변했고 자신이 예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에 늦게나마 다른 사람의 결혼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는 모습은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노년의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라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지만 상대는 상처를 받는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상대의 마음은 떠나고 원래대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허나 함께 한 시간이 있고 우연한 기회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글은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든다.


발랄하고 상큼한 젊은 주인공이 아닌 일흔 살을 넘긴 두 노인 구니마사와 겐지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전혀 식상하거나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재밌게 읽은 책이다. 나이가 지닌 노련함과 지혜로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며 두 주인공들 말고도 뎃페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마치 내 주변인들처럼 살아있는 느낌을 전해주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지루할 수도 있는 소소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삶이 주는 지혜가 담겨져 있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브로맨스가 일흔이 넘은 구니마사와 겐지로를 통해 매력적인 꽃할배의 모습으로 다가와 즐겁다. 혼자 일 때보다 둘 일 때 더 매력적인 구니마사와 겐지로... 두 사람의 우정이 지금도 계속될 거란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구니마사와 겐지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맞는 구석이 없다. 그런데도 단짝이라니, 불가사의라면 불가사의였다. 오죽하면 한번은 대놓고 물었을까. 야, 겐지로, 우린 왜 질리지도 않고 얼굴을 맞대고 있는 거냐. 그러자 겐지로는 피식 웃었다. "그야 뭐, 타성이란 거지."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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