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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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1960년에 출간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지고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책이지만 솔직히 제목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왜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감동했는지 확인 할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은 익히 알고 있다. 허나 세상은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커가면서 늘 느끼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는 너무나 어린 소녀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이 아빠와 오빠 젬(제러미 애테커스 핀치), 친구들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에 마을 전체에 흐르는 백인우월주의를 시간이 흘러 돌아보는 이야기다.


주인공 아홉 살 소녀 스카웃은 열세 살 오빠, 아빠와 살고 있다.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기에 가정부 캘퍼니아 아줌마가 그들의 살림을 도와주고 있다. 스카웃과 젬 오빠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발생한다. 여름을 맞아 이모네 집에 온 '딜'이란 소년과의 만남이다. 딜은 스카웃네 이웃에 사는 한 번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부 래들리를 집 밖으로 끌어내자는 생각을 하고 이들은 실행에 옮긴다. 허나 마을에 떠도는 부 래들리에 대한 소문으로 인해 아이들은 겁을 먹는다. 나중에 젬 오빠가 실제로 부 래들리 집에 들어가는 시도를 다시 하고 이 과정에서 그만 바지를... 나중에 찾으러 갔지만 부 래들리는 친절하게도 젬이 돌아올 줄 알고 손질까지 해놓고 밖에 놓아둔다. 그가 은둔형으로 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어쩌면 마을에 흐르는 분위기와 사람들의 폐쇄된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유얼 집안의 아이들... 그들 중 첫째가 젊은 흑인 남자한테 강간을 당했다며 신고가 들어가고 스카웃의 아빠는 피의자인 흑인 남자의 변호를 자처한다. 마을 분위기가 생각할 때 흑인을 변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핀치 변호사가 변호를 맡으면서 학교 아이들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이 핀치네 가족에게 보내는 눈길이 곱지 않다. 가정부 캘퍼니아 아줌마를 따라 흑인들만 가는 교회에도 가는 스카웃과 젬... 그들은 흑인들이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숨기며 사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핀치 변호사의 뛰어난 변론을 펼치지만 흑인 남자에게는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스카웃과 젬 남매에게도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당하는데...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핀치 가족은 흑인과 백인을 나누지 않고 그들 또한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앵무새처럼 흑인들 역시 백인들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지만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무척이나 부당하지만 흑인들 스스로도 그것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핀치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전형적인 남부사람이라면 고모다. 핀치 가족을 도와주러 온 그녀는 캘퍼니아 아줌마에 대한 의견이나 스카웃이 섬머슴처럼 지내는 것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숙녀들처럼 행동하도록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가르친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며 자꾸만 예전에 읽고 영화로도 보고 감동한 '헬프'가 생각이 났다. 거만하고 위선덩어리 백인 여성에게 케이크를 선사하며 통쾌한 복수를 한 장면에서 박장대소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앵무새 죽이기'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고 안타까운 일이라면 젬이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이를 마무리 된 이야기다.


시대가 흘렀지만 여전히 미국내 흑인들에 대한 인권이 백인들과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틈이 존재하고 그로인해 갈등이 존재한다. 인종, 인권,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책이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되는 거야.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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