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죄를 지우면 그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정상이다. CCTV이를 비롯한 과학적인 온갖 장비들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발달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죄를 짓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시즈쿠이 슈스케의 '검찰 측 죄인'은 공소시효가 지낸 후 미제사건의 범죄자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중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말 필요할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법연수생들 앞에서 사법제도에 대해 날카롭게 이야기를 펼치는 검사 모가미 다케시가 자신처럼 검사 일에 매력을 느낀 연수생 오키노와 만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2012년 입관 5년 차 오키노 게이치로가 도쿄 지점 형사부 검사로 발령을 받는다. 이곳에는 모가미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노부부를 잔인하게 살인한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도 흐르고 현장에는 범인을 예측할 수 있는 증거라는 하나도 없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사람이 함께 배속 된다.


범인에 대한 윤곽을 잡기 위해 조사하던 중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간 차용증을 보게 되고 그 속에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을 발견 한다. 잠시 기숙사에 지내던 시절 유달리 수줍음이 많았던 기숙사 관리 부부의 딸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친하게 지낸 모가미... 졸업 후 자신을 따르던 그 딸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이 있지만 다른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증언을 하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 헌데 노부부 살인사건에 대해 인물을 조사하던 중 노부부 살인사건이 아니 그 옛날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이미 예전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법의 심판으로 그를 심판할 수 없다. 옛사건 속 인물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모가미와 그의 지인들은 그 사건이 그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기에 잊을 수 없는데 범인은 태연하게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니...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모가미 검사가 노부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인물이 오키노 검사에게는 자꾸만 의문점이 생긴다. 모가미 검사의 뛰어난 능력을 믿기에 따라야 하지만 도통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으로 그는 중대 결심을 하게 되는데...


법 제도가 가진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생각처럼 무거운 형량을 받는 경우는 많이 않아 울분을 갖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나 어린 아이나 여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에 너무나 약한 처벌이나 법 적용은 어떤 인물들이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해지기 까지 한다. 범죄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제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물에게조차 인권이란 이름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모가미 검사가 공소시효가 끝난 범죄자를 만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 갈등,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의 선택이나 방법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솔직히 이런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그의 모습이 공감이 되고 이해가 간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먼저 범죄에 대한 뻔뻔한 태도를 보이며 오키노를 몰아세운 범인에 대한 모습은 화가 난다. 자신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 5년 차 검사와 베테랑 검사와의 긴장감 넘치는 두뇌싸움이 흥미롭고 재밌다. 우리가 원하는 정의는 무엇이며 이 정의를 법이 올바르게 보여줄 수 있는지.... 법과 정의, 죄와 그에 대한 댓가,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법이라는 검으로 악인을 일도양단한다. 그것이야말로 검사라고."             -p27-


오키노는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은 뭘 틀린 걸까. 아무것도 틀리지 않았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자신은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정의란 이렇게나 삐뚤삐뚤하고, 이렇게나 애매모호한 것인가.                               -p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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